공기업 매각 과정에서 대기업과 외국 자본의 인수를 제한하는 문제를 놓고 정부와 여당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배국환 기획재정부 차관은 1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공기업 민영화가 재벌의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문제 등이 우려될 수 있다”며 “매각 과정에서 동일인 한도를 제한한다든지, 매수자 요건을 지정한다든지 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엄격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기업 매각 과정에서 외국인이나 대기업의 인수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국민연금 등도 참여하는 컨소시엄에 매각해 특정 대주주가 대형 민영화 기업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이날 국회 공기업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대우조선해양 등 방위산업이 포함된 경우는 대주주 지분이 해외투자가로 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매각 대상이 되는 14개 구조조정 기업은 시장상황이나 국내 산업구조의 발전, 국민경제 영향 등을 감안해 투자대상 범위나 시기 등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 입장은 공기업 매각으로 재벌만 수혜를 입거나 외국자본이 하이닉스반도체와 같은 국가 기간산업을 인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인수 대상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최경환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필수 공익서비스에 대해 외국인 지분을 49% 이내로 제한하는 것 이외에는 외국인이든, 대기업이든 간에 (지분)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이견을 보였다. 민영화는 결국 경영 효율을 높이고 국민의 재산을 제값 받고 매각하자는 뜻인데 지분 참여를 제한하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배 차관은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과 관련해 “통합이 된 다음에 사업부제 형태로 혁신도시로 가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선(先)통합-후(後)지방 이전’의 방침이 결정됐다는 뜻이다. 그는 “혁신도시로 가는 연도는 오는 2011년이고 통합은 내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