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의 눈이야기] 눈에 하는 피어싱
특수재료 사용 시력엔 이상없어
피어싱. 몸에 구멍을 뚫는다는 얘긴데 여성들은 귀걸이를 하기위해 귀에다 흔히 하고 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남성들도 귀에 피어싱을 하고 링을 두 세 개씩 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어 좀 어색하게 보였는데, 요즘엔 배꼽까지 피어싱을 하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여성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피어싱은 고대에 남미나 아프리카 부족에서 시작됐다. 남성들 같은 경우는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함을 나타냈고, 여성들은 구멍을 얼마나 많이 뚫었느냐가 미의 기준이 되었다고 한다. 배꼽에 구멍을 뚫는 정도는 애교로 예쁘게 봐줄 순 있겠지만 코나 입술, 혀 같은 부위는 굉장히 아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용맹함을 과시하려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귀엽다는 느낌은 안 든다.
최근에는 피어싱이 신체예술로 각광 받으면서 눈에까지 보석을 피어싱 하는 신종 트렌드가 등장했다. 엽기적으로 들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네덜란드의 한 안과의사는 눈 바깥쪽 흰자에 백금이나 보석 장식물을 삽입하는 ‘보석눈’(Jewel Eye) 시술법을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다. 그런 의사가 미국 LA에도 있다니까. 눈에 보석을 박으면 눈을 감았다가 뜰 때 반짝거릴 뿐 아니라 조명을 받을 때 더욱 돋보이기 때문에 한다고 한다.
재료는 생체 내에서 적응이 잘되는 특수 플라티늄 (platinum)으로 만들기 때문에 눈의 모든 기능이나 시력에는 장애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취 안약으로 흰자를 마취하고 3.5㎜ 정도로 작은 보석을 눈에 넣는데, 모양은 심장이나 별ㆍ반달모양 등 다양하다고 한다.
안과에서는 백내장 수술할 때 시력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인공수정체를 눈 속에 넣는다. 지금은 눈 속에 인공수정체를 넣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20여년 전에 인공수정체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이물질을 눈 속에 넣는 행위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 했다.
과연 이물질을 눈 속에 집어 넣어서 10년, 20년이 지나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인공수정체 자체로 인해서 어떤 부작용이 생겼다는 말을 들을 수 없다. 다만 안과전문의로서 필자는 눈 흰자에 하는 피어싱은 너무 성급하고 혁신적인 시술행위로 보인다.
이로 인해 감염이나 공막괴사, 공막염, 안내염, 결막충혈, 이물감이 생기지 않는다는 확실한 검증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만약에 흰자에 피어싱을 하고 나서 충혈이 계속된다면 눈을 돋보이기 위해서 수술 했다가 혹을 붙이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윤호병원안과원장ㆍ의학박사 www.pluslasik.co.kr
입력시간 : 2004-12-01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