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법무부ㆍ대법원 새 신분등록제로 신경전

국회의 호주제 폐지 의결이 임박한 가운데기존 호적을 대체할 새로운 신분등록 방안을 놓고 법무부와 대법원간에 신경전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를 대표해 새로운 신분등록 방안에 맞춰 관련 법률을 정비해야할 법무부와호적사무의 주무기관인 대법원이 새 신분등록제 도입방안에 대한 국회의 의견수렴과정에서 서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통상 국회는 법무부가 정부를 대표해 법안을 만들어 제출하면 심의과정에서 주무기관에 의견을 조회하는 게 관행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회가 이례적으로 호주제 대안법안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법무부와 대법원의 의견을 함께 청취키로 하면서 양 기관 사이에 갈등 양상이 비쳐지고있다. 대법원은 국회의 의견조회에 대해 최근 `혼합형 1인1적 편제방안'을 내걸고 한사람마다 한 개의 신분등록부를 편성하는 방안을 확정, 이 방안을 이달 말 국회에제출키로 했다. 법무부도 뒤질세라 10일 법무부-대법원-민간이 참여하는 신분등록제도 개선위원회를 발족하고 가족부제, 개인별 신분등록제, 주민등록과 연계된 신분등록제 등 3개방안 중 하나를 채택해 이달 말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주무기관으로서 그간 호적제의 대안을 연구해온 대법원은 "법무부 방안과 관계없이 대법원 안을 확정했다"고 말했고, 법무부는 "대법원은 입법기능이 없기 때문에그쪽 의견까지 종합적으로 청취해 정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힘겨루기 상황에서 호적사무의 주무기관인 대법원이 단일안을 만들어 언론에 발표함으로써 호적제도의 `대안'을 선점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반면 법무부는 실질적으로 새 신분등록제를 뒷받침할 법안을 만드는 기관임을강조하며 대법원 의견 뿐 아니라 행자부, 여성부 등 관련 부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대법원의 의견이 절대적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따라서 자칫 법무부가 의견수렴을 거쳐 대법원 안과 다른 안을 내 놓을 경우 법안 마련 과정에서 양 기관 사이의 합의도출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관측을 `기우' 만으로 여길수 없는 것은 호적업무의 관장주체를 놓고 두기관간에 갈등을 빚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법원이 관장.감독해온 호적사무를 법무부로 옮겨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해야 한다면서 2002년 호적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한 이후 꾸준히 업무 이관을 위한작업을 해왔지만 대법원의 반대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법무부는 `호적업무를 사법부에서 관장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며 호적사무자체가 국가 신분등록사무이기 때문에 성격상 국가가 일률적으로 담당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실무를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호적 업무를 법무부에서 관장할 경우 국민에게 돌아갈 아무런혜택이 없고, 오히려 각 지방검찰청에서 호적 업무를 관장.감독함으로써 국민의 신분정보가 무제한적으로 수사목적에 활용될 우려가 커진다"는 등 논리로 법무부 이관에 반대해왔다. 한편 법무부와 대법원은 호적사무의 이관문제가 새로운 신분등록제 도입과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지만 신분등록사무가 자기 기관의 업무여야 한다는 당위성을서로 내세웠음을 돌이켜볼때 결코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두 기관이 국가적 대사를 앞에 놓고 기관의 이해와 논리를 벗어나 머리를 맞대 국민의 편에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새삼 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류지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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