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지역 폭설 피해가 한나라당 장외투쟁의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사학법 장외투쟁에 당의 정체성까지 내건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폭설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해 등원하라는정치권의 압박을 쉽게 받아들일 수도 그렇다고 마냥 뿌리칠 수도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폭설 피해 지역이 반(反) 한나라당 정서가 강한‘호남’이란 점이 이 같은 한나라당의 딜레마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따로 당내에 특별대책반을 구성, 폭설 피해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복안이지만, 긴급한 민생 현안을 놓고 사학법 투쟁을 이유로 계속 등원을 거부하기엔 명분이 달린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사학법 무효화 투쟁본부 대책회의 및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은 한나라당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는 호남지역 폭설피해의 심각성을 감안, 당초 23일로 예정됐던 인천집회를 미루는 방안까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도 아침 일찍 당내 주요 인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인천집회 개최여부에 대한 의견을 묻는 등 폭설피해 사태에 대한 당 지도부의 심각한 위기의식을 반영했다는 지적이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비록 장외투쟁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그것이고, 당 차원에서 모든 힘을 모아 재난에 직면한 호남지역 주민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 내부의 이 같은 분위기 변화에 따라 임시국회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장외투쟁을 지속하기로 최종 결정했고, 23일 노무현 대통령과 종교계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세우는 등 강경기조를 전명 철회할 기미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와 관련, “법이 잘못됐음을 정부.여당이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문제해결의 최선의 방법은 노 대통령이 날치기 사학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런 강경한 분위기 때문에 당내에서는 23일 면담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거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당의 2월 임시국회 사학법 재개정 논의약속 등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장외투쟁 기조는 최소한 29일이나 30일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