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전 세계적 경기침체 우려로 석유수요가 급감할 것이란 예상에 따라 올 상반기께 감산 발표를 검토하고 있다고 29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신문은 OPEC이 오는 2월 1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제147차 임시총회를 앞두고 미국발 신용경색이 세계 경제를 위축시키면서 석유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오는 3월께 감산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2월 총회에서는 원유생산을 현상유지할 공산이 크다. OPEC의 감산 논의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석유소비국들이 배럴당 90달러를 오르내리는 고유가 추세 속에서 OPEC에 증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국제사회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OPEC은 지난 12월 총회에서도 원유수급상황은 안정적이며 유가상승은 투기매수세력 때문이라는 이유로 증산을 거부했다. OPEC이 감산을 단행할 경우 차선책으로 아프리카와 남미 등지의 비OPEC 회원국들의 증산을 기대할수 있지만 전 세계 하루 원유소비량의 37%를 차지하는 OPEC을 대신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감산 문제는 OPEC에게도 딜레마다. 원유수요가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신흥 석유수입대국으로 떠오른 중국과 인도 등의 수요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몇몇 OPEC회원국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비공식적으로 하루당 100만 배럴 가까이를 증산했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부족한 원유재고량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다. 앞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사무엘 보드만 에너지부 장관과 함께 한 중동 방문에서 OPEC의 증산을 촉구한 바 있다. 원유 전문가들은 올 한해 세계 석유수요가 줄어들고 유가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책연구원의 래리 골드스타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아도 석유 생산량과 재고량은 유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는 OPEC이 처한 곤경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