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대란 책임은 분수를 넘어 사용한 국민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모든 책임을) 정부에만 몰고 가니 안타깝다.”
전윤철 감사원장이 국회에서 속마음을 드러냈다. 한마디로 카드사태의 책임은 국민에게 있는데 왜 정부만 갖고 난리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사람들이 처음부터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혹은 현금서비스만이라도 이용하지 않았다면 카드사가 유동성 위기에 내몰릴 리도 없고 정부가 잘못했다고 욕먹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사실 전 원장이 지적했듯이 사람들이 카드를 쓰더라도 자기가 갚을 수 있을 만큼 썼으면 애초부터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같은 논리를 지금 한국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에 접목시켜보자.
내수침체는 물건을 사지 않는 소비자 책임이고 증시불안은 투자를 하지 않는 투자자 때문이다. 이들에게 책임소재를 묻고 설득하면 만사형통이다.
전 원장은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카드정책을 실시한 것이라고 했다. 길거리 모집, 현금서비스 한도 확대 등 각종 카드사용 진작책도 손놓고 있으면 경제가 망가지기 때문에 허용했다고 실토했다.
전 원장은 그러면서도 카드대란은 신용카드사가 현금서비스를 남발했고 감독당국이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결론맺었다. 한마디로 정책 선택(원인제공)에는 전혀 하자가 없는데 집행과정과 결과에서 문제가 일어났다는 시각이다.
그의 말을 곰곰이 되짚어보면 감독을 제대로 하고 신용카드사도 적격성 여부를 철저히 살폈으면 카드대란은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물론 교과서에 나온 대로 카드사들이 길거리 모집을 하더라도 감독당국이 일일이 찾아나서 제대로 모집했나 지켜보고 미성년자가 아닌지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확인하면 됐었다. 또 현금서비스를 신청하면 고객이 돈을 얼마나 갖고 있고 원금은 갚을 수 있는지 조사하면 됐었다.
세상일이 교과서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전 원장의 논리를 받아들인다 해도 카드사태의 최종 책임이 국민, 또는 카드사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결코 많지 않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들은 ‘정부가 뭐하러 있지, 관료들은 왜 봉급을 받지, 정책은 무엇 때문에 세우지’ 등등 원천적인 의구심만 키우고 있다.
/송영규 증권부 기자 sk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