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하는 모든 사이트가 하나하나 기록돼 누군가에게 보고되고, 주고받는 E-메일도 모두 체크된다. 한밤중에 사무실에 혼자 남아 있다고 해서 결코 안심할 수는 없다. 내일 아침이면 무슨 사이트에 접속해서 얼마나 머물렀는지 누구에게 어떤 E-메일을 보냈는지 모두 드러나게 된다.실제로 지난달 미국의 제록스사는 포르노나 도박 사이트에 접속한 직원 40명을 전원 해고했다. 이에 앞서 미국 SSB사도 업무중 전자우편을 통해 포르노를 전송한 직원을 해고했다. 인텔사는 펜티엄Ⅲ 칩에 고유번호를 달아 사용자를 관리하려다 계획이 들통나는 바람에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
이쯤 되면 PC는 개인용 컴퓨터(PERSONAL COMPUTER) 가 아니라 「엿보는 컴퓨터(PEEPING COMPYTER)」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조지 오웰의 소설「1984년」에 등장하는「빅 브라더」처럼 모니터 앞에 앉은 모든 사람을 속속들이 꿰뚫어 보는 공포의 눈동자는 바로 「사용자 감시 프로그램」들이다. 「인베스티게이터」, 「메시지 인스펙터」, 「리틀 브라더」등 이름에서부터 감시용 프로그램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빅 브라더의 손길은 우리나라에도 예외없이 뻗쳐 있다. 삼성그룹의 한 직원은『얼마전 회사로부터 「업무와 무관한 사이트 열람은 되도록 자제하기 바란다」는 경고성 메일을 받고 깜짝 놀랐다』고 털어 놓았다. 모든 접속기록이 회사 서버에 남아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실제로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소름이 쫙 끼치더라는 것.
삼성그룹 전산실의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의 경우 자체 전산망을 이용해서 메일을 주고 받게 돼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열람이 가능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기밀과 관련된 몇 단어를 선정, 이 단어가 담긴 E-메일을 검색하는 방법으로 메일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직원들이 접속하는 사이트의 기록을 일정기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SK그룹의 관계자는 『단지 보관만 하고 있을 뿐, 인사고과에 반영되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LG그룹도 『개인별 사이트 접속기록을 확인하는 것은 여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인정하고 『그러나 개인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회사기물을 개인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원칙론만을 펴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의 목소리는 다르다. 회사원 강 모씨는 『집에서 회사일을 하는 것과 회사에서 개인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고 강변했다. 또 회사원 조 모씨도 『사이트 접속기록을 보관만 할 뿐 달리 이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변명은 마치 사과를 깍아놓고 먹으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회사측의 불순한 의도를 꼬집었다.
국내판 빅 브라더도 시장에 다수 나와있다. 「수호천사」, 「인터넷 지킴이」등 대부분 가정용으로 출시되었지만 「스푼(SPOON)」이라는 기업 전용 프로그램도 있다. 이 제품을 만든 회사는 수입 프로그램을 주로 취급하다가 시장성을 확인하고 국산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이 제품의 풀현은 직원들을 감시하고 싶어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한 네티즌은 『촬영된 장면이 불륜이라고 해서 몰래 카메라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듯 근무 태만을 감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서 감시 그 자체가 합리화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개인의 사이트 접속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한 프로그램의 화면.
이진우기자MALLIA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