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 건강까지 챙겨주는 IT기술


언제부터인가 '코리안타임'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30분씩 늦는 한국인들의 시간개념을 일컫던 이 말이 사라진 것은 바로 휴대폰 때문이다. 휴대폰으로 도착시간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다방에 앉아 마냥 기다려야 했던 추억도, 지금은 없어진 종로서적 입구에서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던 연인들의 모습도 보기 힘들어졌다.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IT)이 스마트 그리드 구현을 통해 에너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종이책이나 종이신문을 대체할 수 있는 전자책은 환경문제에 혁혁한 공헌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간단 치료·처방까지 가능해져 IT가 의료 분야에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U헬스(U-Health)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연구개발을 수행해왔으며 지난해에는 KT가 분당서울대병원과 함께 환자들의 병원방문을 줄여줌으로써 환자의 부담과 고통을 낮출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했다. 소수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한 결과 개발제품의 안정화로 인한 일부 문제를 제외하면 아주 좋은 결과를 얻은 바 있다. 이와 함께 환자들의 불편함 해소 및 의료비를 낮출 수 있는 가능성도 이번 공동연구개발에서 발견했다. 첫째, 다양한 자가측정기기를 개발하고 이들 기기를 통해 얻어진 측정정보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의료정보시스템으로 전달한다면 굳이 병원에 가서 측정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할 수 있고 보다 자주 보다 신속하게 환자의 상태를 측정할 수 있게 된다. 기술이 축적된다면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의사의 도움을 얻지 않고도 진단 및 처방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원격진료시스템을 통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의사와 상담을 할 수 있게 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자택이나 요양기관에서 바로 의사와 상담할 수 있다면 환자의 불편도 덜어줄 뿐 아니라 그러한 번거로움 때문에 입원을 선택하는 경우도 대폭 줄어들 것이다. 물론 의사는 환자가 자가측정하여 의료정보시스템으로 전송한 정보를 수시로 확인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셋째, 환자의 건강관련정보(Personal Health Record)를 중립적인 공간에 저장하고 이를 긴급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위급한 상황이나 간단한 처방이 필요한 경우 가까운 병원에 들러 기존에 저장된 정보를 통해 치료 내지 처방을 할 수 있다면 종합병원과 중소형병원이 함께 환자를 치료하는 협력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X-레이ㆍ단층촬영ㆍ내시경ㆍ초음파 등 고가장비를 통해 획득된 영상정보 내지 혈액과 소변 등을 통해 얻어진 건강검진 정보가 다른 병원에서 재사용될 수 있다면 이 또한 의료비 감소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며 오진율 또한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간한 '2010 건강보험 주요통계'를 보면 총 건강보험 급여비가 전년 대비 12.9%증가하고 건강보험재정 적자액은 1조3,000억원에 달했다.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환자 급증과 요양병원에 의존하는 추세 등으로 건강보험재정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민들의 조세부담 또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환자의 급증과 그로 인한 의료비의 급증은 당장은 의료계의 매출증대를 가져오겠지만 조만간 닥칠 의료시스템의 붕괴는 건강한 사람이나 아픈 사람은 물론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불쾌하고 불편한 사태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미래 의료시스템 설계 시급 지금 선진국은 이러한 미래의료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법제도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의료법ㆍ건강관리서비스법 등 관련 법안들의 제개정이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결국 최고의 의료진을 갖추고 최고의 IT를 가진 우리나라가 이 둘이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미래의료시스템에서는 뒤쳐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먼저 언급한 분당서울대병원과 KT의 협력을 통해 얻어진 경험을 보더라도 미래의 의료시스템을 설계하고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의료계와 정보통신업계의 긴밀한 협력이 매우 필요하다. 또한 정부와 국회가 작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정책적 지원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세대에 닥칠 재앙의 해결책은 외국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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