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산 소의 광우병 문제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마치 4년 전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광우병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는 뜨겁다. 지난 2008년 4월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월령 제한 없는 전면개방'방침이 정해지자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세게 저항했다. 그해 5월 국회에서 실시된 '미국산 쇠고기 시장 전면개방 진상규명 및 대책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필자는 농림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물었다.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가 있습니까." 필자의 질문에 장관은 답변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당시 청문회는 전국적 관심사였기에 인터넷과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청문회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은 정부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해 있었다. 청문회 이후 더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고 굴욕적인 쇠고기 협상에 대한 정부의 반성과 재협상을 요구했다.
소위 '강부자 내각'등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에다 건강주권을 지키기 위한 수많은 시민들이 연일 서울 광화문과 종로, 시청 앞은 물론 전국 도시로 쏟아져 나오면서 정부는 한발 후퇴했고 미국과의 추가협상을 통해 부대조건으로 월령 30개월 이하로 규제하는 단서를 달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지 4년이 지났다. 정부의 주장대로 광우병과 상관없고 값싸고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라면 당당하게 판매자들이 원산지를 미국산이라고 밝히는 것이 상식인데 아직도 원산지를 호주산이나 국내산으로 속이는 식당이나 정육점이 부지기수이다. 우리 소비자들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큰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광우병 발생에 따른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에 간 민관합동조사단은 정작 현지의 광우병 발생농장은 방문하지 못한 채 서면조사만 하고 8일 귀국했다. 서면조사를 할 것이면 굳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면서 미국까지 갈 필요가 있었을까.
인도네시아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마자 즉각 미국산 쇠고기수입을 중단했다. 그에 반해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의 눈치를 살피면서 아직도 수입을 강행하고 있다. 필자는 정부와 담당 관료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일본은 왜 20개월 미만을 수입하고 있는가."
우리나라와 일본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월령과 품목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그 이유를 답할 수 있는 정부관료들이 얼마나 될지 자못 궁금하다. 국민들은 값싸고 질 나쁜 쇠고기가 아니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쇠고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