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상적자와 물가안정/정보영 한은 금융경제연소장(시론)

○지난달 200억불 육박최근 경상수지 적자가 우리 경제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금년 들어 경상적자는 경기하강에도 불구하고 크게 확대되어 지난 10월까지 2백억달러에 근접하는 것으로 추계되었다. 경상적자가 이렇게 확대된 원인은 다음과 같이 세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는 요즈음 인구에 회자되는 소위 고비용·저효율 체질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들 수 있다. 임금이 80년대 후반 이후 생산성 증가에 비추어보거나 경쟁국의 상승추세에 비해 과도하게 올랐다느니, 기업의 금융비용부담률이 외국보다 높은데 그 이유는 국내금리 수준도 높지만 기업의 차입의존도도 높아서라는 소리를 최근 자주 듣는다. 또한 세제낙후 등으로 인하여 지가가 매우 높고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 자본 부족으로 물류비용이 과다한 것도 경쟁력 약화의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기업의 생산 및 경영 측면에서도 낮은 기술수준, 비효율적 생산방식, 낙후된 경영 등이 꼽히고 있으며 과다한 정부규제 및 행정의 비능률도 흔히 언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여러 이유로 우리 경제는 최근 경쟁력을 크게 잃어왔다고 생각되는데 지난 수년간 요행히 반도체 등 일부 중화학품목의 호황에 힘입어 경기양극화라는 양상을 보여오다가 최근 이들 품목의 국제가격 하락 등으로 그동안 가려져왔던 취약한 실상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과잉투자로 악화 자초 두번째로 경상적자의 확대는 우리 경제가 지난 2년간 잠재능력을 넘는 과속성장을 하면서 투자, 소비 등 지출이 공급을 초과한 데 따른 결과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경제의 총체적 공급능력을 초과하는 지출은 결국 경상적자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세번째 경상적자의 원인은 지난 수년간 이루어진 상당규모의 외국자본 유입과 적지 않은 상관관계가 있다. 종합적 국제수지란 크게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로 나누어지는데 양자는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어 자본수지 흑자가 자발적으로 커지면 경상수지는 적자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즉 자본흑자가 커지면 이는 환율의 절상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소위 탄력성 효과(Elasticity Effect)와 소비 등 지출증대를 가져오는 흡수효과(Absorption Effect)에 의해 경상적자를 확대시킴으로써 종합수지를 균형 쪽으로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는 그것이 일시적이거나 장기자본 유입 등에 의하여 안정적으로 보전될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때로는 국내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경상적자는 외채의 누증과 그에 따른 이자지급 증대를 가져오는 동시에 심할 경우 멕시코와 같이 대외신인도 저하에 따른 대규모 외자유출 및 환율의 급격한 절하 등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상적자의 축소 내지 해소는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런데 문제는 경상적자를 단기간 내에 개선시키는 묘방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경상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고비용·저효율구조를 차근차근 개선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해소, 금융시장의 효율성 제고 및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도로 항만 건설, 토지세제의 효율화 및 각종 진입장벽이나 규제의 완화 등이 이에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선결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거시정책적 과제는 물가안정이라 하겠다. 왜냐하면 임금, 금리, 지가 등의 안정은 모두 물가의 안정을 바탕으로 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제일」 탈피해야 물가안정 없이 임금안정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일 뿐더러 금리와 지가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없어져야만 내려갈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물가안정은 고비용의 악순환을 끊어버리는 핵심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공급능력을 초과하는 지출수요를 억제함으로써 우리 실력에 맞는 적정수준의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긴요하다. 이제는 성장률은 높을수록 좋다는 과거 개발연대의 성장지상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무리한 성장정책은 과거에 경험했듯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유발하여 고비용구조를 심화시키고 경상수지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또한 과거에는 고성장을 이루면서도 이에 따른 국제수지 악화에 환률의 추수적 조정을 통해 대응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OECD가입에 따른 자본시장 개방의 불가피성과 환율의 시장메커니즘에 의한 결정 등을 감안할 때 이것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지금은 일관성 있는 안정화 정책기조를 견지함으로써 물가안정 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것이 거시정책의 기본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가안정에 역점을 두는 정책은 현재로서는 각 경제주체들의 고통분담을 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고비용구조의 해소 등 우리 경제의 체질을 튼튼히 함으로써 경상수지를 근원적으로 개선하고 성장잠재력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통화정책면에서는 통화의 안정적 공급 노력을 강화하여 총수요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며 정부는 합리적인 예산집행을 통해 재정면에서 지출수요가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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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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