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새해 들어 116개 대기업에 대해 일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오는 3월 법인세 정기신고 납부를 앞두고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이례적이다. 국세청은 앞으로 정기 세무조사 방식을 탈피해 탈세 우려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수시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세금탈루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인 만큼 세원을 잘 관리하고 세수부족도 메울 수 있는 세무조사가 잘못된 일은 아니다. 그러나 표본세무조사라고 하면서 호황업종 등을 우선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그 동안 정기 세무조사에서 탈루 업종과 유형 등이 충분히 나타났을 텐데 단지 호황업종이기 때문에 집중 세무조사를 받는다면 해당 기업으로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위해 부족한 재원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신년 연설에서 강조한 직후 집중 세무조사가 착수된 것을 놓고 기업들은 정초부터 정부가 세금공세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 세제개편 및 징세 강화 등을 통한 세수증대 노력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비과세 및 감면을 축소하고 면세점을 동결해 국민개세주의 원칙으로 돌아간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국민과 기업 입장에서는 세금만큼 민감한 사안도 없다는 점에서 점진적으로 세제와 징세행정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혼란과 충격을 줄이는 방법이다. 일시에 세무조사를 많이 한다고 해서 공평과세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탈세혐의가 있을 경우 세무조사는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일부 고소득 전문직이나 자영업자 등에 대해서도 법대로 과세하면 될 것을 중과세한다고 선포한 것도 거부감을 주는 것이다.
우리 기업은 각종 규제와 준조세 등으로 투자의욕을 상당부분 상실한 상태다. 필요하다면 세무조사는 해야겠지만 의욕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배려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