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1월7일] 영부인 엘리노어


프랭클린 루스벨트. 경제 대공황을 극복하고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지도자이자 미국 유일의 4선 대통령이다. 정작 ‘위대한 루스벨트’의 측근 한 사람의 평가가 흥미롭다. ‘FDR의 90%는 바보, 10%는 엘리노어.’ 부인 엘리노어가 없었다면 루스벨트도 없었다는 얘기다. 엘리노어는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 받는 여성. 심리학자 매슬로가 꼽은 ‘지구에서 자기 실현을 이룬 9명의 위인’ 중 한 사람이다. ‘사람은 베풀기를 그만둘 때 죽기 시작한다’는 명구(名句)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존경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평생에 걸친 헌신. 소아마비에 걸려 정치를 포기하려는 남편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백악관에 입성하고는 소외된 국민들을 위해 뛰어다녔다. 대공황을 맞아 생활이 어려워지자 연금 조기지급을 요구했으나 후버 대통령이 보낸 맥아더 참모총장의 군대에 처참하게 짓밟혀 난민생활을 하던 퇴역군인 모임 ‘보너스 아미’의 천막촌에 커피포트를 들고 찾아가 노병들을 울린 일화는 전설처럼 내려온다. 1948년 국제연합(UN)이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한 배경에도 소련을 끈질기게 설득한 미국 대표 엘리노어의 노력이 깔려 있다. 아내로서 엘리노어는 행복했을까. 그렇지 않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1918년부터는 배신감에 떨었다. 오죽하면 1962년 11월7일 숨을 거두면서 침대 곁에 ‘1918년’이라고 새겼을까. 아픈 가슴을 잡고 국민을 사랑했던 영부인 엘리노어. 한국에도 비슷한 영부인이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와 바람기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육영수 여사만큼은 인정한다. 문제는 거기서 끝났다는 점. 외환위기 직후 영부인의 ‘옷 로비 사건’은 정치 환멸감을 안겨줬다. 유력 대권후보의 부인은 1,000만원이 넘는 외제 핸드백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천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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