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형사1부(주심 서성·徐晟대법관)는 4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여자 몰래 도장을 훔쳐 혼인신고를 한 혐의로 기소된 임모(39·회사원)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절도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절도죄가 성립되려면 다른 이의 재물을 무단으로 사용하면서 재물이 갖는 경제적 가치를 상당 부분 소모시키거나 사용 후 오랜 기간 돌려주지 않고 점유해야 한다』며 『훔친 재물을 사용 후 곧바로 돌려줬고 가치소모가 미미한 정도라면 불법 영득(領得)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임씨는 지난 97년 결혼식을 올린 김모씨와 자식까지 두고 살아왔으나 김씨가 폭행 등을 이유로 혼인신고에 응해주지 않자 김씨 몰래 도장을 훔쳐 혼인신고를 한 혐의 등으로 이듬해 9월 구속됐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절도 외에 적용된 사문서위조 및 폭행 등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윤종열기자YJYUN@SED.CO.KR
입력시간 2000/04/04 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