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예상편성과정에 시민단체와 전문가가 참여토록 하고 잘못된 재정집행에 대해 납세자인 국민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국민소송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은 예산편성 및 집행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다짐으로 풀이 된다. 그 동안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편성되거나 집행돼도 국민들은 말 한마디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해왔다는 점에서 취지엔 동감한다.
2003년도 예산편성만 해도 국회예산결산위원회가 정부안에 없고 국회상임위 예비심사에도 없던 지역구 사업을 끼어 넣은 선심성 증액이 34건에 1170억원에 이른다는 한 시민단체의 조사가 예산편성의 비효율성을 말해주는 좋은 예다. 국회예산심의 과정에서 국회의원 서로 지역구 민원사업을 봐 주는 등 나눠먹기를 해온 것은 잘 알려진 일이지만 국민들이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
그래도 예산편성은 집행에 비해 한결 나은 편이다. 재정집행의 난맥상은 각 부처보다 지방자치단체가 위험수준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표를 의식해 각종 선심성 및 전시성 사업에 예산을 쏟아 붓는 일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져왔다. 연말이면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 멀쩡한 도로를 파헤치고 수익성을 외면한 체 각종 문화축제에 공단조성사업 등을 경쟁하듯 벌여왔다.
248개 지방자치단체 중 193개의 재정자립도가 평균 50%를 밑돌고 일부는 9%선으로 정부의 교부금에 의존하는 지방자치를 하면서도 재정집행은 내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재정자립도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잘못된 재정집행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국민소환제 도입 등 지방자치제를 재검토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돼 왔지만 아직도 실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각 부처의 예산편성에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고 재정의 올바른 집행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만 국민소송제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 국민소송제가 남용될 경우 소신행정을 저해하지 않을 까 우려된다. 이 때문에 예산집행을 잘못하거나 부정을 저지른 지자체장 등에 대해 국민소환제 등을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많아도 국민소송제를 채택한 나라는 거의 없다.
각 부처의 예산편성과정에 시민단체나 전문가가 참여해 간섭이 아닌 의견 개진 및 감시활동을 할 수 있는 장치마련과는 달리 국민소송제 도입은 사전준비와 검토작업을 충분히 해야 한다. 당장 정부 내의 반대의견부터 돌파해야 하는 데다 의지만 있으면 현행 법으로도 부정이나 재정집행의 난맥상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문제`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을 문책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 도입 등이나 서둘렀으면 한다.
<송영규기자 sk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