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산시장에 거품붕괴 공포가 엄습해 오고 있다.
상하이증시는 올해 상반기 80%나 급등했고, 부동산시장은 올들어 20%의 높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자산시장의 고공비행은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에 따른 것으로, 이 같은 거품은 앞으로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통화팽창에 따른 거품붕괴와 경제 경착륙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증시 상반기 80% 껑충…대도시 집값도 30% 올라
中정부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고공비행 지속
전문가 "확장기조 조절땐 거품붕괴로 경착륙 우려"
◇증시, 유동성장세 80%상승= 지난 10일 상하이증시에서는 10개월의 거래정지 기간을 끝내고 다시 상장된 구이린산진(桂林三金)이라는 종목이 거래 20분만에 100%나 급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 광경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시장에 돈이 많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들어 중국 증시에는 광풍이 불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상반기에 80%나 상승했다. 또한 중국증권등기결산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이 기간 상승 종목은 737개로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30%나 늘어났다.
수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3,500포인트 고지는 곧 가볍게 돌파할 것”이라는 증시 분석가들의 말을 굳게 믿고 증시에 뛰어들고 있다. 시중은행에서도 주식에 투자하는 재테크 상품이 각광을 받고, 부동산 기업들의 기업공개도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은행의 재테크 상품은 6월 들어 479종류가 판매돼 전달보다 38% 급증했다. 중국국가건설엔지니어링공사(CSCEC)는 오는 21~22일 기관투자가들과 일반을 상대로 총 120억주에 달하는 A주식 발행을 통해 기업을 공개할 계획이며, 베이징 소재 건설자재 업체인 BBMG도 오는 29일 홍콩 증권거래소에의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 증시의 급등은 중국 정부의 통화공급 확대에 따른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로 평가된다. 올들어 6월말까지 중국 시중은행의 신규대출은 총 7조3,700억위안으로 올해 전체 목표인 5조위안을 크게 넘어섰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경제연구부의 웨이자닝(魏加寧) 부부장은 “올해 상반기 신규대출의 20%가량이 증시자금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대규모 자금이 금융시스템 안에서 유통되면서 증시급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거품논란 가열= 올해 들어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거품 논란도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조사 결과 6월 중국 70개 중대형 도시의 부동산판매 가격은 전달보다 0.8% 상승, 상승 폭이 0.2%포인트 확대됐다. 그러나 이는 전국적인 평균수치고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중국 주택시장에 광풍을 일으키는 지역의 주택가격은 연초 대비 30% 이상 급등했다.
현재 베이징 중심지역의 아파트 값은 1㎡당 2만5,000~3만위안에 달해 140㎡의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려면 최소 350만위안(약 6억5,000만원)이 있어야 할 정도로 높아졌다. 이는 세계에서 집값이 비싼 것으로 유명한 일본 도쿄의 경우도 전용면적 90~100㎡로 방 3개와 거실 1개, 화장실 1개인 신축 아파트 가격이 3,000만엔(약 4억2,000만원) 것에 견주어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중국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판스이(潘石屹) SOHO중국유한공사 회장은 “베이징은 이미 ㎡당 3만위안시대에 돌입했다”면서 “이는 밀가루 값이 빵 값보다 비싼 것과 같은 기이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노무라증권의 쑨밍춘(孫明春)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지금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만연돼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거품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품붕괴 땐 경제 경착륙=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자산시장에 거품이 커지자, 거품붕괴에 따른 경착륙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경제관찰보는 “정부가 일단 거시경제정책 조절에 나서게 되면, 자산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부동산시장과 증시의 거품이 붕괴되고, 기업들이 대거 도산해 중국경제가 경착륙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산시장의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상당 기간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까지 나설 정도다. 그는 최근 국무원회의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주식 및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방침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원 총리는 지난달 국무원 경제 및 금융분야 부장 및 주요 국영기업 책임자들과 내부 회의를 갖는 자리에서 “정부가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고 주택과 자동차 같은 규모가 큰 품목에 대한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총리의 발언은 중국의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이 올해 들어 뚜렷한 반등세를보이고 있으나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전까지는 이들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원 총리는 주식ㆍ부동산ㆍ자동차와 같은 분야에 대한 소비촉진이 최소한 단기적인 측면에서, 세계경제의 침체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경제적 안정을 이루고 성장을 견인하는데 필수적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