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雪花), 바로 눈꽃이 고운 자태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울긋불긋 요란 한번 떨지 않으면서 흑백의 조화만으로 신비함을 한껏 뽐내는 눈꽃. 겨울바람에도 몸을 가볍게 흔들뿐 고아한 자태를 자랑한다. 먼산에 피어있을 때는 웅장한 설경이더니, 가까이 볼 때는 나뭇가지에 피어난 한송이 야생화다. 보는이의 옛추억과 뒤엉키면 마음마저 앗아간다.보통 눈꽃 산행의 절정기는 1월말부터 2월초순 사이다. 한라산·설악산·태백산·덕유산 등 설경으로 유명한 명산 주변에서는 1월말부터 눈꽃축제도 열린다. 이번 주말에는 한라산·덕유산에서 제대로 설경을 즐길수 있다고 한다. 나머지 지역은 눈이 많이 녹았으나 산 중턱부터는 어느정도 눈이 쌓여있다. 특히 1월말 눈이 쌓일 때쯤 눈꽃축제에 맞춰 겨울산행을 떠난다면 다양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한라산= 제주 사람들은 『겨울 한라산을 보지 않고는 제주도를 논하지 말라』고 말한다. 푸른 하늘에 산봉우리가 하얗게 잠기면 그만한 비경이 없다. 한라산 눈꽃은 독특하다. 나뭇가지의 눈꽃도 아름답지만 안개 물방울이 얼어붙어 생긴 눈꽃은 안개꽃은 뿌려놓은 듯 화사하게 빛난다.
특히 올해는 본토와는 달리 한라산이 눈꽃 천지다. 지난해 12월 20~21일 80~90㎝에 달하는 폭설이 내려 84년이후 최고의 적설량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코스는 영실~윗새오름~어리목코스 10㎞ 구간이 가장 좋다. 이 코스로는 정상인 백록담으로 갈 수 없지만 계곡과 눈꽃터널, 설원으로 이어지는 등반로는 정상등반이 가능한 성판악 코스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말 그대로 환상의 눈꽃 트레킹 코스다. 문의 한라산국립공원사무소 (064)742-3084
고어텍스 아웃도어클럽(02-782-0458)이 15일 오후에 출발, 16일 저녁 돌아오는 한라산 산행상품을 판매중이다. 19만원. 동부관광(02-730-8311)은 22~23일, 25~27일, 29~30일 상품을 판매중. 1박2일은 어른 16만9,000원, 2박3일은 19만9,000원.
◇설악산= 설악(雪岳)이란 이름에 걸맞게 설경이 빼어나다. 설악산 코스는 겨울산의 정취를 맛볼 수 있을 뿐아니라 온천욕, 겨울바다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어 여행객들이 선호한다. 현재 산 밑자락은 눈 구경을 할 수 없지만 대청봉·화채봉 등 28개 봉우리에는 눈꽃이 어느정도 피어있다.
산행을 제대로 하려면 1박2일 일정으로 대청봉을 등반하는 게 좋다. 오색~대청봉코스는 5㎞로 4시간거리. 하산은 대청봉~천불동~설악동~비선대로 잡는다. 7~8시간 소요. 설악산관리사무소 (0392)636-7700
◇오대산= 산세가 부드러워 눈이 내리면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명찰인 월정사와 상원사 적멸보궁, 방아다리약수 등이 유명하다. 적설량은 설악산과 비슷한 상황이다. 등산코스는 상원사~중대사~적멸보궁~비로봉이 좋은데 왕복 4시간쯤 잡아야한다. 오대산관리사무소 (0374)332-6417
◇태백산= 산세가 험하지는 않지만 크고 늠름하다. 수백년된 주목과 고사목이 등산길 주변의 절경을 이루고, 적설량도 풍부해 등산객에게 인기가 높다. 산행은 보통 백단사~망경사~천제단~문수봉~당골이나 유일사~장군봉~천제단~문수봉~당골을 이용한다.
아직 본격적으로 설경을 즐기기는 힘들다. 얼마전 비가 와 눈이 많이 녹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목이 묻힐 정도는 안되지만 중턱부터는 눈이 어느정도 쌓여있다. 태백산관리사무소 (0395)553-5647. 풍경사진클럽이 15~16일 태백산 일출·설경 사진을 찍으러 여행을 떠난다. 5만5,000원. (02)2265-6804
◇덕유산= 남부지방에 위치하지만 서해의 습한 대기가 이 산을 넘으면서 많은 눈을 뿌린다. 무주리조트(0657-322-9000)가 자리잡고 있어 스키와 온천욕, 설경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향적봉으로 불리는 덕유산 주봉에 오르면 첩첩산중으로 이어진 크고작은 연봉이 눈가루를 흩날리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행은 대체로 삼공리주차장~신대휴게소를 잇는 구천동계곡 주변에서 시작한다. 무주리조트가 운영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설천봉으로 편하게 올라가 설경을 감상해도 된다. 덕유산관리사무소 (0657)322-3174
최형욱기자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