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난 음악밖에 몰라… 서울시향, 아시아 넘버원됐다"

예술감독 외 다른 책임 맡지 않아

사조직화 경향·처우 문제 논란엔 "우린 가족 … 더 가족적이어도 좋아"

고액연봉 논란 일었지만 부임 후 유료관객 점유율 39%서 93% 껑충

"재계약은 콘서트홀·예산지원 확인 후"


"저는 음악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예술감독으로 올 때) 음악을 뺀 다른 책임은 주지도 말아달라 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10년 동안 우리 서울시향은 아시아에서 제일 잘하는 오케스트라가 됐다는 게 내 판단이고 계속 잘 발전한다면 세계적으로 뛰어난 오케스트라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게 제일 중요합니다."


정명훈(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은 19일 서울 광화문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올해로 법인설립 10주년을 맞은 서울시향의 성과를 이야기하는 정 예술감독의 표정은 평온했으나 그와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말 불거진 박현정 전 대표이사의 막말 파문부터 사퇴까지 내홍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지휘자 정명훈에 대한 서울시향의 사조직화 경향, 처우 문제로 번졌다. 이에 대해 정 예술감독은 "우리(오케스트라)는 가족이며 더 가족적이어도 좋을 것"이라며 "그걸 이해 못했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이지 (운영이) 더 잘되면 좋은 일인 만큼 우리를 판단할 때 첫째는 귀로 (음악을) 판단하시고 둘째는 청중과 음악인들의 판단과 평가가 어떤지를 들어달라고 부탁드린다"고 입을 열었다. 그의 고액몸값 논란에 대해서는 "그럼 내가 돈을 받지 않고 일을 한다면 문제가 해결되는가"라고 반문하며 "예전에 이탈리아에서 산타체칠리아음악아카데미오케스트라를 맡을 때는 8년간 급여를 받지 않고 이를 단원 복지를 위한 펀드로 운영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정 예술감독은 서울시향을 위한 전용 콘서트홀 조성과 국내외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준다는 보장 등 오케스트라를 위한 실질적인 도움과 해법이 전제된다면 기꺼이 "돈을 받지 않고 일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고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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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2005년 법인화한 서울시향에 2006년부터 예술감독과 상임지휘자로 몸담고 있다. 같은 기간 유료관객 점유율은 38.9%에서 92.9%로 급등했다. 자체 수입도 1억3,000만원에서 지난해 약 50억원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여기에 정 예술감독의 명성과 그에 따른 서울시향의 예술성 향상이 크게 기여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편 정 예술감독은 지난해 말로 3년 계약기간이 끝났고 아직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그는 "3년 전 계약 당시 조건 중 하나가 전용 콘서트홀이었는데 (아직 조성준비도 시작되지 않았고) 3년 전 대비 예산도 20%나 줄었다"고 지적하며 "나의 계약조건은 콘서트홀과 서포트(예산지원)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내가 제시한) 계약조건에 대해 검토의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 나는 계약 없는 상태로 기다리는 중이지만 이미 올 연말까지 공연일정이 발표된 이상 '난 이미 청중과 계약된 상태'나 다름없다"며 "내가 바라는 것은 오케스트라가 발전하는 것, 딱 그것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는 4월로 예정된 서울시향의 미국 투어 일정은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바람에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임형욱 경영본부장은 "해외공연은 보통 2년 반 이전에, 국내 공연은 1년 반 이전에 기획 논의가 시작되지만 예산은 전년 연말에 확정되다 보니 어떻게 보면 예산승인 없이 사업을 벌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는 공연업계 특수성임을 감안해야 한다"며 "서울시향의 거의 모든 공연이 매진이며 지난해 11월부터 티켓 오픈한 올해 공연도 이미 50% 이상 팔린 상태인데다 여러 대기업이 서울시향의 음악적 발전을 보고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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