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작가 천원지(53)의 한국 첫 개인전 '심상'이 소격동 학고재에서 24일부터 열린다. 그의 작품은 사회 참여적인 메시지를 담아 세계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중국 컨템포러리 아트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자신의 내면세계에 시선이 머물러 있는 그의 작품은 원ㆍ삼각형ㆍ사각형 등의 캔버스를 기하학적인 직선과 곡선으로 분할하고 색을 칠해 미니멀한 감각으로 세상에 대한 관조와 사색을 보여준다. 북경 미술대학 판화과를 졸업한 그는 러시아를 통해 들어와 중국 공산당의 필요에 따른 작품을 해 온 중국식 회화와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정부의 요구에 따라 혹은 반대로 중국사회를 비판하며 관심을 끄는 대신 자기 반성과 사색에서 찾은 감성을 놓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그려낸다는 점에서 중국 평론가들은 그를 중국 회화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작가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의 유명 평론가 인지난(尹吉男)은 "천원지의 그림 내면에 흐르는 평정(平靜)은 시대 유행을 벗어난 것"이라며 "그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최근의 중국 미술계 속에서 은사(隱士)와 같다"고 평했다.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빛'. 비행기 창틀을 연상시키는 타원형 캔버스 9개에 빛의 변화에 따라 바뀌는 하늘을 담아낸 연작 '구천(九天)'은 동이 트기 시작하는 새벽을 맞이하는 느낌에 빠져들게 한다. 그 밖에도 짙은 파란색으로 기하학적인 입체효과를 표현한 '일주(壹周)', 동그란 그릇의 수면이 점점 높아지는 모습을 통해 시간의 변화를 표현한 연작 '부소(不少)' 등 2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11월 1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