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안전 한국'은 구호에 그쳤다

경영난 업체가 국내 최대 여객선 몰아도 당국 감독못해

20년 노후선박 구조변경 불구 안전진단 무사통과<br>선장·선원 관리 주먹구구, 해양안전 총체적 부실

진도 인근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나라 해양재난 관리체계의 총체적인 구멍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마리나 산업 등 해양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며 면허요건과 안전관리 규제를 풀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해양안전 시스템은 후진국만큼 빈틈투성이다.


여객선을 운영해도 빚조차 갚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영세업체가 국내 최대급 여객선을 몰고 인명을 다루는데도 해양당국이 감독조차 할 수 없는 허술한 면허체계가 부실한 해양안전 체계의 단면이다. 문제의 세월호를 운영하는 청해진해운은 최근 수년간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해 악천후에도 무리하게 여객영업을 할 유인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지난 2011년부터는 이자보상비율이 마이너스거나 '1'을 밑돌아 영업을 해도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지만 소재지 항만청은 영업감독을 할 수 없었다. 항만법에는 여객업 면허발급 요건으로 선박의 규모, 운송수입주 여객 비중 등이 자세히 담겼지만 정작 업체의 재무건전성 등은 규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호처럼 경영난이 닥친 여객선사는 한푼이라도 더 벌고자 승객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선박운영도 할 수 있지만 여기에 제동을 걸 장치는 없었던 셈이다. 안갯속에도 인천을 출발한 것이나, 권장항로를 비껴 운행했다는 의혹도 해운사 비용절감의 결과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주먹구구식 감독체계에서 인명안전 문제는 애초부터 기대난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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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과 선원의 자질을 사전·사후적으로 거를 수 있는 체계에도 맹점이 속출했다. 우선 전문선원 해기사만 해도 면허자격 시험을 통과해야 하지만 2006년에는 해당 시험을 관리하는 해양수산연구원 직원 등이 억대 금품을 받고 정보를 유출했을 정도다. 의무를 태만히 한 선장·선원 등에 대한 처벌도 가볍다. 선원의 경우 선원법을 통해 인명구조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 하도록 했지만 정작 형량은 1년 이하에 불과하다. 또한 선장이 직무에 태만했을 경우 해당 선사에 페널티를 강하게 줘야 하지만 대체로 소액의 과징금에 그치고 있다.

사태 예방과 수습의 책임을 져야 할 당국은 서로 책임은 미루고 밥그릇 챙기기에 바빴다. 복잡한 제도 역시 문제다. 김동헌 재난안전원장은 "각 부처의 관련 법률 중 '재난'이나 '안전'이 들어간 것이 1,600개나 돼 오히려 혼란만 키우고 있다"며 "그런데도 사태가 터지면 부처 간에 서로 떠미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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