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박재완 장관의 세가지 과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을 축하 드립니다. 지난 5월6일 임명 후 인사청문회 등 한달여간의 각종 검증을 거치며 마음고생이 많았을 겁니다. 언론과 국회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들을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꼼꼼하게 해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박 장관 특유의 철두철미한 업무자세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정식 임명장을 받기까지도 힘드셨겠지만 진짜 고난은 지금부터입니다. 강만수ㆍ윤증현 두 장관은 MB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리고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탈출하는 '눈에 보이는' 과제를 풀었습니다. 박 장관은 상대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상대들과 싸워야 합니다. 세 가지를 당부합니다. 우선 내부의 우려를 씻어야 합니다. 과천 관가에서는 '박 장관이 임기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타 부처와의 업무조율이 필수인 기재부 특성상 관료 경험이 적은 박 장관이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일 겁니다. 엘리트 의식으로는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경제관료들이 사실상 최초의 외부출신 장관 말을 잘 들을지 내부에서조차 반신반의합니다. 전임 장관들이 대통령 곁에 머무르며 '상왕' 노릇을 하는 고약한 현실도 무시할 수 없는 난제입니다. 체질 개선의 물꼬도 터야 합니다. 윤 장관이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해 2년 넘게 그렇게 노력했지만 본인 표현을 빌자면 '군불만 때다' 아랫목만 타버렸습니다. 747 공약은 이미 날아가 버렸지만 4% 초반에 머물러 있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소득 2만달러 시대에 영원히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부처들을 설득시키고 이해집단을 달래 MB정부 내내 끌어온 난제들을 어떻게든 풀기 시작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입니다. 세금 올려달라는 사람 없고 복지 싫다는 사람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이 어려운 난제를 건드려야 할 역할은 대통령도 정치권도 아닌 기재부 장관에게 부여됐습니다. 기재부조차 포퓰리즘에 휘둘리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습니다. 당장은 고통스럽고 인기가 떨어지겠지만 악역을 장관이 떠맡아야 합니다. 부디 제 당부가 쓸데없는 노파심이 되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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