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또다시 일을 저질렀다. 업계 예측보다 6개월이나 앞서 256메가D램의 양산체제에 들어간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겠다는 야심을 밝히고 있다.256메가D램은 21세기 「달러박스」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64메가D램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드는 상황이다. 그런데 삼성은 한발 앞서 256메가D램을 본격 양산,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은 이번 256메가D램만으로 올해 2억∼3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2000년에 10억달러, 2002년에는 7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 목표인 2억∼3억달러는 국산 최고급 승용차 5,000∼7,500대의 수출금액과 맞먹는 규모다. 현재 256메가D램의 가격이 개당 200달러선에 이르고 앞으로 양산되더라도 올해 평균가격이 개당 105달러에 이를 정도로 고부가가치 제품이기 때문에 이같은 매출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삼성은 이를 위해 대용량 제품 위주로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시장확대를 위한 마케팅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또 기술과 코스트를 차별화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16메가D램부터 차지해온 메모리반도체 1위업체의 자리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이 256메가 D램의 양산을 서두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경쟁사보다 제품출시를 한달만 앞당겨도 돌아오는 이익이 천문학적인 수준이고 시장을 보다 확고하게 다질수 있는 반도체 시장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삼성의 256메가D램 양산은 시장 선점과 함께 생산기술을 세계적으로 입증받았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양산에 돌입하려면 설비투자는 물론 별도의 생산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일본의 NEC 등 경쟁업체들은 삼성이 지난해 4월 64메가와 같은 크기의 256메가D램 시제품을 내놓을 때만 해도 양산에 이르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았던 것도 생산기술문제때문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경쟁업체들이 삼성의 생산기술을 얕잡아보고 안도한 점을 역이용했다. 64메가D램 생산라인에서 256메가D램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초유의 기술을 개발하고 기존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양산에 이르는 시간을 단축하고 투자비용을 최소화한 것이다.
삼성의 256메가D램 양산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구도 변화와 경쟁을 가속화시키는 촉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
256메가D램은 21세기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다는 의미뿐 아니라 기존 64메가D램과 128메가D램 반도체의 경쟁력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세계 반도체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기술개발과 양산 준비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이에 따라 이번 삼성의 256메가 양산은 경쟁업체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취약해진 반도체 업체들의 퇴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56메가D램 시장의 본격 형성과 동시에 세계 반도체업계의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진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