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거래소 ‘즉시퇴출제’ 法 심판대에

회사정리절차(법정관리)나 화의절차 신청 시 곧바로 상장폐지 되는 증권거래소의 `즉시퇴출제도`가 결국 법정에 섰다. 4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증권거래소가 지난달 영풍산업에 대해 `지난달 12일 화의절차 개시 신청으로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된다`며 거래를 정지시킨 데 대해 회사측은 거래소에 이의신청을 함과 동시에 서울남부지법에 `주권상장폐지금지 및 매매거래정지처분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상장회사가 법정관리나 화의 신청을 이유로 거래소에서 퇴출된 것은 물론 이것이 소송 전으로 비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풍산업에 이어 지난달 26일 화의를 신청한 후 거래 정지된 한국코아도 조만간 법적소송을 준비 중이어서 `즉시퇴출제도`의 적법성 여부는 결국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즉시퇴출제도란 상장사의 법정관리나 화의 개시 신청만으로 관리종목에 편입하는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상장폐지로 직행하는 제도로 지난 2002년 말 도입됐다. 영풍산업은 이 같은 제도를 모든 기업에 일괄적으로 적용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매년 이익을 내면서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회사를 일시적인 자금 유동성에 처했다고 해서 곧바로 퇴출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고 주장했다. 더구나 법원으로부터 화의 개시 결정을 받아 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상장폐지 결정은 회사의 회생을 오히려 가로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측은 “법정관리나 화의 기업에 대해 관리종목 편입이라는 중간절차를 둘 경우 투기적 거래를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며 “시장의 신뢰성을 위해 즉시 퇴출제도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영풍산업 사건의 담당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재판장 김건일 부장판사)는 오는 11일 오후 2시로 첫 심리기일을 잡고 `즉시퇴출제도`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지역 도산사건 관할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따르면 `즉시퇴출제도`로 인해 지난해부터 상장회사의 법정관리나 화의 신청이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파산부의 한 관계자는 “상장회사들이 상장폐지를 우려, 법정관리나 화의 신청을 늦추고 오히려 부실을 키우는 면이 있다”며 “거래소의 관련 규정은 부실기업의 회생을 유도하는 관련 도산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관련기사



최수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