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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남북 고위급 접촉이 진행되는 와중에 24일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실상 이번 협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지뢰 및 포격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등 2대 원칙을 내놓았다. 우리 정부가 정당하게 요구하고 있는 이 사항들을 북한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물러서지 않고 대응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내놓았다. 얼렁뚱땅 넘어가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가이드라인은 북의 사과와 재발방지=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반복돼온 도발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북한의)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이 같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번 협상을 개최하는 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만큼 박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얘기다. 이는 '도발-위장된 대화-보상-추가 도발' 등의 전략을 구사하며 소기의 성과를 얻어냈던 북한의 낡은 사고와 구태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고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력도발 상황에서 더 이상 북한의 전략과 전술에 끌려다니지 않고 주도적으로 위기국면을 헤쳐나가겠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북한이 이번 협상에서 '지상 과제'로 삼고 있는 확성기 방송 중단에 대해 박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으면 대북 방송도 계속할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은 우리 정부의 이 같은 강경한 태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간다면 원칙이 깨지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가 얻어내야 할 것은 얻어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강한 것에는 더 강하게=이번 협상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강한 것에는 더 강하게 맞선다'는 안보 원칙을 보여줬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 상황을 극대화하고 안보 위협을 가해도 결코 물러설 일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북한의 서부전선 도발 이후 전방을 찾은 박 대통령이 '선 조치·후 보고'를 지시할 정도로 북한의 도발에는 즉각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의 일단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우리 정부가 먼저 대화국면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박 대통령은 북한이 먼저 대화를 제안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와 함께 이번 고위급 접촉 수석대표의 격(格)이 우리 측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한 측 군 서열 1위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맞춰진 것도 상식 및 국제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원칙이 통한 결과다.
◇합의문 조율 관측=남북 고위급 접촉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합의 여지를 남겼다. 이번 접촉이 언제까지, 또 몇 차례 더 이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합의문이 도출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박 대통령은 "현재 합의 마무리를 위해 계속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이번에 대화가 잘 풀린다면 서로 상생하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당근책을 북한에 제시한 만큼 모종의 합의가 도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