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전산시스템 이견 못좁혀 갈등 봉합 실패

■ 국민은행 긴급이사회 열었지만…

성능테스트 통과 놓고 3시간 넘게 격론만

양보하면 원인제공 자인하는 셈… 타협 쉽잖아

금감원 조사에 부담… 다음주 결론날 수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23일 서울 여의도동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긴급이사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둘러싸고 KB금융그룹 내부의 파열음이 커진 가운데 23일 국민은행 긴급 이사회가 소집돼 3시간이 넘는 격론을 벌였지만 갈등 봉합에는 실패했다.

이건호 은행장은 이사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며 극적인 타협 가능성을 암시했지만 금융당국 조사로 타격을 입은 사외이사들은 여전히 완고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다음주 다시 감사위원회와 이사회를 열기로 했지만 양측이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KB 내부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한쪽이 전향적으로 양보할 경우 자신이 이번 갈등의 원인 제공자였다는 점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며 "표면적으로는 기술적 문제이지만 지주와 은행 간 알력 싸움이 끼어있기 때문에 쉽게 타협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닉스시스템 BMT 통과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이날 이사회에서 양측이 부딪힌 가장 큰 쟁점은 새로운 전산시스템인 유닉스 체제가 벤치마킹테스트(BMT)를 제대로 통과했느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IBM에서 유닉스 체제로 전산시스템을 전환하기로 한 후 올 3월까지 유닉스 시스템에 대한 BMT를 실시했다. 유닉스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은행에서 운영될 수 있는지 일종의 성능 테스트를 한 것이다.


유닉스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추진했던 KB지주 측은 당시 BMT에서 일부 문제점이 발견되기는 했으나 프로젝트 기간 중 충분히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시스템 전환이 추진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 행장과 은행 감사실 측은 유닉스 시스템이 성능 테스트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주가 강압적으로 시스템 전환을 밀어붙였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사회는 이를 두고 격론을 벌였지만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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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까지 끌어들일 일인가…감정싸움도=이날 이사회에서 또한 몇몇 이사들이 이 행장과 정병기 감사가 KB지주나 이사회 측과 협의 없이 금융감독원 감사를 요청함으로써 내부 갈등을 외부로 표출하고 시스템 변경과 관련해 리베이트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KB지주의 한 관계자는 "이번 유닉스 시스템 교체는 아직 업체 입찰도 하기 전 상황인데 마치 리베이트가 있었던 것처럼 의혹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이사들이 매우 격분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행장과 정 감사 측 그러나 사외이사들이 그동안 감사의 감사보고서를 묵살하고 은행 최고경영진의 거듭된 전산시스템 재검토 요청을 무시한 것에 대해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날 이사회 역시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 없이 끝난 이사회…합의 도출 다음주로 미뤘지만=이날 소득 없이 끝난 국민은행 이사회는 27일 이사회를 재소집했지만 현재 양측의 입장만 보면 단기간에 갈등이 봉합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사회 구성원 모두 금융당국이 이번 사건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서는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다음주에는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금융당국 고위층은 최근 세월호 사건 등으로 나라가 어수선한 가운데 국민은행 내부에서 이 같은 사건이 또다시 터진 것에 대해 매우 격분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은 이사회 직후 "이사 모두가 현재 제기된 이슈를 잘 이해하고 있고 봉합을 빨리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해 27일에는 결론이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사회가 늘 거수기라고 비판하다가 토론이 이뤄지니까 갈등이라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갈등이 아니라 결론을 도출해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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