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국형 주거문화의 수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인근 스포츠센터를 방문한답니다. 시에서 화단을 정리하라고 합니다.” 기자가 최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소재 동일건설 현지 지사의 모델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한 직원이 기자와 동행한 황인식 지사장을 마중하며 이렇게 첫 보고를 했다. 황 지사장은 차에서 내려 곧바로 직원들을 데리고 화단으로 가 이런저런 지시를 내린 뒤에야 기자를 모델하우스로 안내했다. 지사장이 모델하우스 화단 정리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하자 “여기는 아직도 사회주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어 대통령 말 한마디면 안되는 것도 되고 되는 것도 안되는 나라”라고 했다. 이렇게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올해 초 동일 하이빌 모델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한국형’ 아파트에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고 한다. 현지 건설 업체들이 골조만 짓고 부대시설도 없이 분양하는 것과는 달리, 인테리어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골프 연습장, 테마 공원 등 각종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우리식 아파트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당시 15분 일정으로 모델하우스를 찾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평형별 모델을 한시간 반 동안 하나하나 다 둘러본 뒤 “아파를 지을 땐 ‘동일처럼’ 지어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이미 적잖은 파급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대통령 공원을 사이로 동일 하이빌과 마주한 부지에 카자흐스탄 현지 업체 쿠아트가 짓는 아파트는 동일 하이빌과 대칭으로 똑같이 지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황 지사장은 이 같은 에피소드가 강조되는 것을 오히려 경계한다. 그는 “기업이 수익성에 대한 검토 없이 대통령의 말만 갖고 그렇게 하겠느냐”며 “본질적으로는 한국형 아파트에 대한 현지 수요자들의 반응이 좋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말한 ‘동일처럼’이 결국은 한국형 주거문화에 대한 현지인의 호감을 대표한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카자흐스탄에는 동일을 비롯, 성원건설ㆍ신일건설ㆍ삼부토건 등 크고 작은 국내 업체 10여개가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내다파는 게 단지 시멘트로 지어진 아파트가 아니라 한국형 아파트라는 ‘문화상품’이라고 말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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