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가 있는 풍경/11월 1일] 행주

어깨 위로 떨어지는 편지(창비 刊)

누군가의 냄새가 나는 헝겊을 빨고 싶다
소녀는 식탁을 옮겨다니다 우두커니 손에 쥔 행주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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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날 같은 수저 같은 모래알 같은 밥알 같은 공사장 같은
뜨뜻한 밥집의 얼룩을 쫓아다닌다 밥을 먹던 인부가 뜨거운 입김을 뿜으며 너 어디서 왔니?
무김치를 아작아작 깨물어먹는 순간, 행주 끝에 닿아서 바닥으로 쏟아져버린 수저통
옌? 가족들의 눈빛이 오목한 수저에도 들어와 있다 수저를 줍기 위해 낮게 숙인 몸이 일어나서
눈시울처럼 붉은 김칫물이 밴 행주로 식탁을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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