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국가 시스템을 개조하자]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정책은 행정부에 맡기고 국회는 사후감시 강화를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한 국회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대통령이 야당 때문에 정부조직 하나 마음대로 못한다는 건 말이 안됩니다."

윤증현(사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 시스템 개조를 위해 필요한 과제를 묻자 주저 없이 '국가 거버넌스(국가 경영)' 문제부터 꺼냈다.


핵심은 과도한 정치 권력이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하고 남북이 대치 중인데다 미국ㆍ일본ㆍ중국ㆍ러시아 등 4강에 둘러싸인 존립이 참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가 운영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한 정책은 행정부에 맡기고 국회는 사후 감시를 강화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이 예를 든 것은 국정감사였다. 국정 전반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감사를 벌이다 보니 한 달간 국정이 마비되고 이에 따른 자원 낭비는 고스란히 국가 부담으로 귀결되고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행정부는 책임지고 정책을 펼치고 국회는 국정 현안이 생겼을 때나 정책이 잘못됐을 때 비판하고 나무라는 구조여야 맞다"며 "행정부가 너무 재량권을 많이 갖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겠지만 이건 과거 독재시대 얘기"라고 설명했다.

행정부 내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점도 나왔다. 윤 장관은 "의사결정이 만장일치로 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무회의나 차관회의에서 부처 간 사전 협의를 통해 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정책의 본래 취지가 변질되는 것은 지적한 것이다.


그는 "현재 국무회의나 차관회의도 만장일치로 결정되는데 최선의 정책을 내기 위해서는 국무위원으로 참가한 장관들이 나라 전체의 이익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해 다수결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옳다"며 "이는 대통령과 총리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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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 선진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이제 2차 산업(제조업)만으로 먹고 살 수 없는 만큼 교육ㆍ의료ㆍ보험ㆍ금융ㆍ관광ㆍ벤처ㆍ패션ㆍ디자인 등 지식기반 산업, 지식정보화 산업(3차 산업)을 가동해야 한다"며 "사회 전반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데 어떻게 동력을 실어줄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ㆍ노조 문화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참 힘든 구조적 문제지만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강성노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해외로 다 떠나고 일자리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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