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이 15일(이하 현지시간) 의회 예산안 연설을 통해 역외 탈세 방지 방안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개혁안은 아일랜드에 설립된 법인들에 대해 오는 2015년부터 ‘세법상 거주지’(tax residency)를 특정하지 않으면 일괄적으로 통상 법인세율(12.5%)을 적용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고 한다.
누난 장관은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 듯 “아일랜드는 전세계 조세회피 문제의 걸림돌이 아닌 해결책의 한 부분이 되길 원한다”며 개혁 의지를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상원이 아일랜드가 애플 등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한 데 따른 후속조치의 성격이 강하다. 미 상원은 지난 5월 보고서를 내 “아일랜드가 기준 법인세율에 한참 못 미치는 2%대의 법인세율을 애플에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국적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과도한 세제 혜택”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 같은 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애플 등 다국적기업들은 아일랜드에 법인을 설립해도 세법상 거주지는 다른 저세율 지역에 등록하거나 아예 ‘무국적’(stateless) 상태로 두는 것이 허용되는 점을 이용해 세금을 회피해 왔다. 해외사업 총괄 법인을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만들어 놓고 자회사 로열티 형태로 자금을 이동시킨 뒤 다시 버뮤다 등 세율이 없는 지역으로 옮겨 납세액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더블 아이리시’방식이다. 애플의 경우 이러한 방식으로 최대 440억달러나 세금을 덜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다국적 기업들의 부당 세금거래 의혹과 관련, 유럽연합(EU)은 아일랜드,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에 관련 자료를 요구하며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조치의 효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차스 로이-초드리 영국회계사협회 세제팀장은 “애플은 세법상 거주지를 버뮤다 등 법인세를 보유하지 않는 다른 조세회피처로 옮기는 식으로 빠져나가면 된다”며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