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문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최근 이들 세 나라에 세제 기준 및 애플, 스타벅스 등 다국적기업들에 준 자세한 보증사항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다. 이들은 다국적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과도하게 세제 혜택을 부여하면서 일종의 조세회피처 구실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EU집행위 대변인은 “지금은 세제와 관련된 정보를 입수하는 단계”라며 예비조사일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해당 국가들은 동요하는 눈치다. 조사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공식 조사가 실시될 수 있고, 나아가 다국적기업들과의 담합으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한 조치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일랜드에서 통상적 법인세율 12.5%에 한참 못 미치는 2%의 법인세만 내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미 상원은 아일랜드를 애플의 조세회피처로 지목한 바 있다. 스타벅스 역시 영국에서 부과하는 법인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네덜란드 소재 자회사에 지적재산권을 귀속시키고, 영국 법인이 네덜란드 자회사에 상당한 로열티를 지급하는 수법을 써 비판 받은 바 있다. 룩셈부르크는 낮은 세율과 은행비밀주의로 인해 대표적 조세회피처로 지목되고 있다.
이 같은 EU의 행보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조세회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주목을 끈다. FT는 EU의 이번 예비조사에 대해 “각국이 조세회피를 차단해야 한다는 국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추가로 정치적 압박을 날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실 조세회피 문제는 수십 년간 지적돼 왔으나 각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면서야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미 이달 초 열린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도 조세회피에 대처하기 위해 강력 대처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바 있다. 또 기업들의 법인세 탈세를 차단하기 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액션플랜에 대해서도 승인한 상태다.
스위스 역시 조세회피에 대한 따가운 시선 때문에 은행비밀주의 전통을 포기해야 했다. 스위스 의회는 지난 9일 미국인 고객의 금융 관련 정보를 미국 세무당국에 보고하도록 하는 양국 정부 간 국외계좌신고제도(FATCA) 협정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