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일교포 3세의 정체성 찾기

[화제영화] 유기사다 이사오 '고'프로복서 출신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익힌 권투로 단련된 날렵한 몸을 가진 스기하라(쿠보즈카 요스케)는 재일교포 3세다. 조총련계였던 아버지가 하와이에 가기위해 전향하는 바람에 그 역시 민족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로 진학한다. 김일성 수령의 교시 대신 ‘재일 한국인’이라는 소리를 듣는 스기하라의 생존방식은 학교 최고의 주먹이 되는 것. 그러나 그의 앞에 일본 여학생이 나타난다. 그녀와의 어색한 데이트를 거듭할수록 겉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달콤한 첫 키스도 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재일교포라는 생각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세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귀절을 되뇌인다. ‘이름이란 뭐지? 장미라 부르는 꽃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그 향기는 변함이 없는 것을’. 스타맥스와 도에이영화사 한일합작영화‘고’(감독 유키사다 이사오)는 한 학교의 남자 농구팀 연습게임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유독 한 학생만이 뭔 생각을 하는지 움직임이 없다. 그리고 이어 공을 받은 그는 한 친구 얼굴에 공을 냅다 내리친다. 바로 체육실은 아수라장이 된다. 이어 학생들간 승부를 가르는 결투가 보여진다. 그 사이사이 “난 일본에서 태어났다. 난 폭력을 싫어한다. 허나 어쩔수 없을때도 있다. 때리는 것도 싫지만 맞는것은 더욱 싫다. 그저 그것뿐이다. 난 일본인과 다를게 없는데 놈들은 이렇게 부른다. “재일한국인” 돌겠군! 현재까지 24전무패. 하지만 분명한 건, 이건 나의 연애이야기다‘는 나레이션이 쏟아진다. 영화를 보다보면 연애이야기라기 보다는 소위 말하는 코리아재패니즈라는 한 학생의 정체성, 그의 친구들, 권투선수 출신 아버지와의 애증 등이 더욱 부각돼 마이너리티와 왕따문제, 세대간의 갈등을 읽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코리아재패니즈가 좋아하는 일본여학생으로부터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관계를 거절당하고 방황하다 결국은 화해하면서 러브스토리의 잔잔함을 보여준다. 그래서 단순한 청춘영화나 멜러영화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색다른 시선을 보여주고 있어 신선하다. <사진>영화 '고'는 일본에서 살고 있는 사람 그 자체의 삶이고 또한 새로운 재일한국인상을 보여주고 있다. 박연우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