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세계경제 탈동조화 가속과 위기


안 동현


지난 19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가 올해 3.5% 성장해 지난해에 비해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예측치 3.8%와 비교하면 불과 3개월 새 무려 0.3%포인트가 하락한 수치인데 대부분 신흥국 시장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한 데 기인한다. 지난해 10월 5%로 예측한 신흥국 성장률은 4.3%로 하향 조정됐는데 이는 지난해 성장률 추정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반대로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3.1%에서 3.6%로 상향 수정돼 '나 홀로 성장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美 경제회복 견인하더라도 신흥국 타격


전망치는 분포의 평균을 나타낸다. 그런데 올해는 분포의 전망치보다는 왼쪽 꼬리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위기가 발생할 확률이 예년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의 이유로 글로벌 경제 회복의 탈동조화(디커플링)와 디스인플레이션 심화를 들 수 있다. 먼저 글로벌 경제의 탈동조화 문제를 살펴보자. 이번 IMF 전망치의 하향 조정에서 보듯 미국과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경기의 탈동조화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세계화 및 금융화로 비즈니스 사이클의 동시성이 매우 높아졌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는 급격한 탈동조화는 매우 생소한 현안으로 각국 정부의 공조에도 타개책이 명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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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궁극적으로 글로벌 경제 기조는 일원화될 것이다. 그 귀결의 모양은 결국 누구의 중력이 더 강한가에 달려 있고 이에 따라 세 가지 시나리오를 구상할 수 있다. 우선 미국의 경제 회복이 나머지 국가들의 경제 회복을 견인할 정도로 중력이 강한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둘째, 반대로 유럽·중국·일본 등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의 중력이 더 강해 오히려 미국의 경기 회복을 둔화시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전직 재무장관들이 우려를 표명한 것이 바로 이 같은 가능성이다. 마지막으로는 중력이 비슷해 어느 선에서 접점을 이루는 것인데 이럴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첫 번째 아니면 두 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높은데 확률상으로는 첫 번째 시나리오가 보다 현실적이다. 문제는 두 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라는 것이다. 더불어 첫 번째 시나리오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험난한 경로를 거쳐야 가능할 것이다. 이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고 자본 이동에 취약한 신흥국이 먼저 타격을 입게 된다. 따라서 두 번째 시나리오 같은 글로벌 위기의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신흥국에 국지적 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현저히 높아진다.

한국 올 위기관리에 초점 맞춰야

디스인플레이션은 두 번째 위험 요소다. 최근 급격한 하락을 보인 원유뿐 아니라 철강 및 비철강 금속, 농산물을 포함한 상품 가격 대부분이 폭락했다. 단순히 국제정치나 공급 측 요인만으로는 이를 설명할 수 없다. 즉 글로벌 유효수요의 부족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다.

인플레이션에 비해 디플레이션은 기대심리 요소가 더욱 중요한데 일본의 예에서 보듯 부의 양극화, 청년층 실업, 고령화, 재정 절벽 때문에 개선하기가 쉽지 않고 상당 시간 치유가 필요하다. 특히 세계 경제의 주요 축인 유럽에서 이러한 저물가 상황 탈피가 쉽지 않다 보니 앞선 글로벌 경기의 탈동조화가 첫 번째 시나리오로 귀결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올해 우리 경제가 살얼음판 걷듯 위기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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