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명동예술극장 올 첫 제작공연 맡은 윤광진 연출 기자간담

"리어왕, 연극의 에베레스트 올랐네요"

400년 전 작품 현대적 감각 담겨

과거이자 오늘의 무대 표현 주력


"영국에서는 리어왕을 '정상을 허락하지 않는, 높이를 측정할 수 없는' 에베레스트산에 비교하고는 합니다. 관객들도 그 산을 오르면서 다른 연극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명동예술극장이 올해 첫 제작 공연으로 무대에 올리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명작 '리어왕' 연극을 지휘한 윤광진(사진) 연출이 31일 서울 명동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리어왕은 영국의 레어왕(King Leir) 전설을 바탕으로 셰익스피어가 지난 1605년 쓴 것으로 추정된다. 리어왕이 두 딸에게 배신당해 분노로 미쳐가다 죽는 줄거리 속에 인간 본성에 대한 탐색부터 빈부 격차, 세대 문제, 노인 문제, 법과 제도의 무용(無用)함 등 다양한 사회·철학적 고찰을 담아 '인간 감정에 관한 완벽한 백과사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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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까지 맡은 윤 연출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부전공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많이 읽고 좋아했지만 그동안 마음에 드는 번역본이 없어 한 번도 셰익스피어 작품을 연출한 적이 없다"며 "이번에는 직접 일곱 차례에 걸쳐 번역을 수정하고 고연옥 작가가 윤색 작업 역시 서너 차례 진행한 만큼 그동안의 어떤 '리어왕'보다도 좋은 대본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셰익스피어의 글은 단순하고 명확한 힘이 있는데 우리말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단어를 풀다 보니 그 맥이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가능한 원어에 충실하게 우리말로 바꾸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윤 연출이 셰익스피어의 많은 작품 중 리어왕에 주목한 것은 400여년 전 작품에 담긴 현대적 감각 때문이다. 혼란기를 살았던 셰익스피어가 작품에서 내내 비관적인 시선을 가져가는데 그렇기에 2000년대 들어 경제난, 국제 분쟁, 사회 갈등 등 다양한 고통을 겪은 우리 사회가 어느 때보다 리어왕과 소통할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 무대 위에 고대와 현대가 한데 중첩된 세계, 과거이면서 오늘이 함께 보이는 세계, 연극적인 세계가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한편 작품은 역동적인 무대 묘사를 위해 경사 무대 위에 2톤에 가까운 또 다른 무대를 덧붙였다. 덧댄 무대를 흔드는 방식으로 폭우가 쏟아지는 대지와 분노하는 자연을 표현할 예정이다. 리어왕 역에는 세계적인 연출가 예지 그로토프스키, 피터 브룩 등과 함께 작업하며 활약해온 배우 장두이가 캐스팅됐다. 오는 4월16일부터 5월10일까지 명동예술극장. 1644-2003.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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