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0월 7일] 원자바오의 실패

13억 인구의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구멍 난 운동화와 수십년 된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니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 안경 너머 숨어 있는 눈은 아직도 10대 소년같이 밝고 맑다. 평생을 절제와 겸양으로 검소하게 살아온 노 총리(老 總理)의 북한 방문은, 평생을 오만과 거만 그리고 사치와 난봉으로 살아온 김정일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연간 수십만명이 굶어 죽어가는 북한을 방문한 원 총리.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가에 늘어서서 오색 수술을 흔들며 환호하는 북한주민들을 보면서 원자바오 총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평생 바른 길만 걸어온 원 총리가 중국의 국익 때문에 공항에서 자기와 정반대되는 삶을 살아온 김 위원장과 부둥켜안고 반갑게 등을 두드렸다고 본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해 엄청난 '선물 보따리'를 들고 갔음은 물론이다. 벌써 압록강에 대형 다리를 전액 중국자본으로 건설하겠다는 발표가 나왔고 엄청난 금액의 외화와 유류를 지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북한은 조건부로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며 노 총리를 기만했다. 20여년 동안 중국 문제를 관찰한 나로서는 6자회담을 조건부로 거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클린턴 대통령 때 4자회담(미·중·남·북)을 성사시켜 단물을 다 뽑아먹고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자 다시 4자회담을 훨훨 털어버리고 6자회담으로 말을 바꿔 탔다. 그리고 온갖 경제적 지원을 다 받았다. 다시 부시 대통령이 물러나자 다자회담을 주장하며 북미 대화만 하겠다고 떼쓰는 김정일 위원장. 김정일은 오늘까지 북한주민들을 속여왔고, 이제 노 총리도 속이고, 전 세계인을 속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은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김정일과 그 추종자들만 모르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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