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에 '인사 태풍' 불어오나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 귀국 이후 8천억원 규모의 사회헌납 방침을 밝히면서 에버랜드 CB 편법증여, 'X파일' 사건, 대선자금 등에 대해 사과함에 따라 이에 따른 '문책인사'가 있을 지에 대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에버랜드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다"고항변해 왔고 'X파일'과 대선자금 등에 대해서는 "시대적 상황"을 들어 스스로의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자세를 보여 왔지만 이제는 이런 일들을 "잘못된 관행"이라고 인정한만큼 재계에서는 '인적 청산'도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 관계자는 8일 "이 회장의 용인(用人) 스타일을 감안할 때 나름대로 열심히 일한 사람을 결과가 나쁘게 나타났다고 해서 내칠 가능성은 없다"고 대규모 문책인사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 회장은 저서에서 "나는 평소 임직원들에게 실패를 두려워말고 일을 저질러보라고 적극 권하고 있다"면서 "이유있는 실패까지 나무라면 조직내 창의성이 말살되고 복지부동의 보신주의만 남는다"고 밝혔고 평소에도 자주 이런 소신을 피력해온것으로 알려졌다.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이 7일 기자회견에서 이 회장을 대신해 국민 앞에사과한 '잘못된 관행'에 대해 그룹에서 책임질 사람을 찾는다면 이 본부장 자신과구조본의 핵심 간부들이 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는 '절세'를 위해 이 회장의 자녀들에 대한 에버랜드 CB 배정 아이디어를 고안했거나 공정거래법 일부 조항 관련 헌법소원이나 에버랜드 CB 사건 등에관해 '법대로 방식'을 주장해 대정부 소송을 밀어붙인 부서의 책임자들이 거론될 수있다. 그러나 이들 핵심 구조본 간부, 특히 이 본부장에 대한 이 회장의 신임에 변화가 있다는 조짐은 전혀 없다. 이 회장은 "삼성이 비대해져 느슨해진 것을 알게 됐다"고 밝힌 지난해 중순 이후에도 이 본부장에게 '그룹의 2인자'로서 변함없는 신뢰를보여왔고 특히 5개월간의 해외체류시에는 2주에 한번꼴로 이 본부장을 불러들여 경영현안에 대해 보고받고 지시를 내려 이 본부장의 그룹내 입지를 더욱 강화시켰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항간에 문책대상으로 구조본 부서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오르내리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들이 거짓말을 했거나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는 '용서받지 못할'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 이 회장이 문책하지는 않을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삼성측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자동차사업 실패 이후 이 사업의강행을 주장해온 고위 인사들을 결국 '정리'했듯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잘못된 과행'의 책임자들을 점차 퇴출시킬 가능성은 있다고 재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또한 7일 발표된 '반(反) 삼성 종합대책' 이후에도 악화된 여론이 돌아서지 않고 추가로 악재가 돌출할 경우 '인적쇄신'으로 이를 돌파할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이들은 분석했다. 한편 '반(反) 삼성' 기류를 불러 일으킨 일련의 악재와 이 회장의 출국 및 귀국에서 '종합대책' 발표에 이르는 과정을 겪으면서 삼성 구조본 내 역학관계에도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보여 주목된다. 삼성 구조본에서는 자동차사업 실패와 외환위기 이후 재무팀의 주도력이 눈에띄게 강화돼 왔다. 이 본부장과 김인주 구조본 차장은 모두 재무팀 출신이다. 여기에 일련의 사태에 대한 법적 대응이 강조되면서 법무실의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삼성이 '잘못된 관행'을 시인하고 '사회와의 의사소통'을 강화하면서 앞으로 홍보팀이나 신설되는 사회봉사단 등의 발언권이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그룹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의 귀국시 언론대책이나 7일 발표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작성 과정에서 홍보팀의 의견이 대거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해초 단행된 임원인사를 통해 구조조정본부의 규모는 크게 축소됐으나 홍보팀의 인원에는 큰 변화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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