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2월 2일] 너무 앞선 학생의 학운위 참여

지난 2002년 제19회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일어난 일이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을 볼 수 있도록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용했고 당시 18세였던 프레데릭은 방송카메라가 오자 '예수도 파이프로 마약을 흡입한다'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이에 교장이 현수막을 빼앗고 10일간의 정학처분을 내리자 학생과 학부모는 미국 연방수정헌법 제1조(언론ㆍ출판ㆍ집회의 자유) 침해로 소를 제기했다. 미국연방대법원은 2007년 6월 이를 기각하면서 '학생의 인권과 성인의 인권은 다르다'고 판시했다. 이 판례는 세계에서 가장 인권을 소중히 하는 선진국 중의 하나인 미국에서조차 학생과 성인의 권리를 구분한 사례로 여겨진다. 이른바 진보성향의 교육감 등장 이후 교육계의 화두는 체벌전면금지ㆍ학생인권조례로 대표되는 '학생인권'이다. 민주사회에서 보편적 권리인 학생인권을 보호하고 신장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기 어렵다. 문제는 현재의 체벌전면금지ㆍ학생인권조례 추진이 학생의 권리 보장 측면에서만 지나치게 치우친 나머지 권리에 따르는 의무와 책임이 소홀하다는 데 있다. 일부 학생들은 학칙을 어기고 교사의 정당한 지도도 거부하면서 여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해도 교사가 제재할 수 없다는 해방감을 느끼는 반면 교사는 학생들이 잘못을 해도 확실한 제재수단이나 교육을 위한 벌마저 줄 수 없다는 상실감에 빠져 있다. 어쩌면 교실붕괴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여당 의원이 '학생의 학교운영위원 참여 보장'을 내용으로 하는 초ㆍ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해 교육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의 가장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만큼 학생들의 의견을 일정 부분 청취해 반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학생 시절은 교육을 통해 사물과 사안에 대해 지식과 지혜를 배우는 단계이며 판단력이 성인에 비해 부족하고 자칫 친구들을 의식해 인기성 발언이나 그에 따른 판단을 할 경우 학운위 내 갈등과 혼란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의 의사를 학교운영에 반영하고자 한다면 학운위에 학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의제에 한해 학생대표기구의 대표자가 참여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이 또한 학생들의 발달과 인지력ㆍ판단력, 선진국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모든 학교급에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중등학교에서만 실시하되 우선 고등학교에서부터 도입해 장단점 및 문제점을 충분히 검증한 후 중학교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등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급하면 체하고 한번 무너진 교실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교육감들과 정치인들은 유념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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