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방송업계 '클리어 쾀' 뜨거운 감자

싼 가격으로 디지털방송 수신… 방통위 "가입자에 유익" 도입<br>"공정한 시장경쟁 저해 기술" 위성방송·IPTV 업체 반발

최근 방송 업계에 셋톱박스 없이도 디지털케이블 방송을 볼 수 있게 하는 기술인 '클리어 쾀(Clear QAM)'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저렴한 가격으로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수 있어 가입자에게 유익한 기술이라는 입장인 반면 위성방송 및 인터넷TV(IPTV) 업체는 공정한 시장경쟁을 저해하고 시대에 역행하는 기술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활성화를 목표로 지난 5월부터 연구반을 꾸려 클리어 쾀 도입을 추진 중이다. 클리어 쾀은 디지털TV 안에 수신기를 내장해 별도의 셋톱박스 없이도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셋톱박스 임대비용을 유선방송 가입자가 낼 필요가 없게 돼 초저가 방송상품 출시도 가능해진다.


방통위 관계자는 "클리어 쾀이 도입되면 상대적으로 유료방송 서비스에 대한 부담이 적어져 디지털 전환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현재 유선방송사업자와 TV 제조사간에 표준화 작업을 위한 협약을 진행 중에 있으며 내년 초께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현재 1,000만명으로 추산되는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가 클리어 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위성방송 및 IPTV 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클리어 쾀 도입에 따른 혜택을 이들 사업자는 전혀 누릴 수 없는데다 기존 시장 잠식마저 우려되기 때문이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클리어 쾀의 적용대상은 국내 유료방송 매체 중 케이블TV 사업자만 해당되기 때문에 특정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불공정한 정책"이라며 "1,000만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가 클리어 쾀을 통해 그대로 디지털 케이블TV 가입자로 전환된다면 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IPTV 업계는 클리어 쾀이 주문형비디오(VOD)와 같은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기술이라는 입장이다. IPTV 업체 관계자는 "방통위에서 양방향 TV 서비스라는 신규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홍보하는 상황에서 클리어 쾀과 같은 단방향 TV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디지털 방송을 도입하려 했던 취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T스카이라이프 등은 클리어쾀 도입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건의서를 방통위에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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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사업자 또한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클리어 쾀이 도입되면 가입자 확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저가방송 시장이 활성화돼 가입자당매출(ARPU) 감소로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방송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디지털 전환 사업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업계의 반응을 감안해 방통위는 클리어 쾀을 통해 제공되는 방송상품의 채널 수를 20개 정도로 최소화하고 저소득층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클리어쾀이란=셋톱박스 없는 디지털TV에서 디지털케이블 방송을 볼 수 있게 하는 기술. 셋톱박스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보다 저렴하게 케이블 방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단 주문형비디오(VOD)와 같은 양방향 서비스가 되지 않으며 위성방송 및 IPTV는 클리어쾀 방식으로 시청할 수 없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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