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가뜩이나 어려운 세법, 읽어도 몰라

2부. 경제정책에 합리성을 입혀라 <5> 금융약관·세법 쉽게 고치자<br>조사 빼면 대부분 한자… 한 문장이 48개 단어…<br>그림등 설명 늘리고 항목 재배열도 필요


법인세법 제2관 '익금의 계산' 부분을 보면 관련법 조항 제목이 모두 한자로 돼 있다. '익금의 범위' '배당금 또는 분배금의 의제' '자본거래로 인한 수익의 익금불산입' 등 조사인 '~의' 정도만 빼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한자다. 가뜩이나 어려운 세법에 벽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세법은 어렵다. 어느 나라든 세금 관련법률은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계산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세법은 정도가 더하다. 세무전문가 정도가 아닌 중소기업 직원이나 일반인들은 읽고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장 글 자체의 의미를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소득세법 제7조의 제목은 '원천징수 등의 경우의 납세지'로 돼 있고 8조는 '상속 등의 경우의 납세지'다. '등의'와 '경우의'를 이어 쓰면서 글이 어색하고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다. 부가가치세법도 그렇다. 부가세법 총칙의 1조 과세 대상을 보면 '재화란 재산 가치가 있는 모든 유체물(有體物)과 무체물(無體物)을 말한다'는 내용이 있다. 한자가 옆에 쓰여 있지만 굳이 유체물과 무체물이라는 말을 사용할 이유는 없다.

문장의 길이도 너무 길다. 소득세법 14조 과세표준의 계산 2항은 한 문장이 무려 48개 단어로 돼 있다. 문장이 아니라 단락 수준이다. 과세표준을 셈할 때 들어가는 각종 소득금액의 항목을 쓰니 그런 것이다. 2~3개 문장으로 나눠 써야 이해가 빠른 것도 한 문장으로 이어 써 해석이 쉽지 않은 경우는 법인세법ㆍ부가가치세법 등 세법에 너무나 많다.


의미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다. 부가세법 영세율 부분을 보면 '다음 각호의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하여는 영의 세율을 적용한다'고 돼 있다. 영의 세율이란 '0%'를 말하는데 일본식 '~의'를 넣어 말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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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모든 것을 설명하려다 보니 이해가 잘 안 되는 것도 있다. 교과서나 참고서를 볼 때도 표나 공식을 그림으로 넣으면 알아듣기 쉽다. 세법의 경우 과세기간이나 과세표준 계산 같은 복잡한 게 많다. 그런데도 말로만 줄줄이 적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부가세 과세기간을 보면 제1기는 1월1일부터 6월30일까지이고 2기는 7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로 적고 있다. 이를 글로 쓰기보다 표로 간단하게 만들어 넣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간 등의 내용은 표로 만들어도 의미가 잘못 전달될 가능성이 없다.

과세표준도 마찬가지다. 과세표준 부분을 보면 세금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공식을 쉽게 풀어 법 조항에 넣고 설명을 붙이는 게 낫다는 얘기다. 1995년 "세법이 너무 길고 복잡하다"며 개선작업을 벌인 영국은 ▲가능한 한 평이한 말(고어ㆍ법률용어ㆍ약어 회피) ▲읽기 쉬운 양식과 지면구성(layout) ▲짧은 문장 사용 ▲보다 많은 설명문 사용 등을 방침으로 정했다.

따로국밥식인 법과 시행령ㆍ규칙 조문체계를 통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즉 세법 1조의 해당 내용이 시행령과 규칙에도 같은 번호 순서대로 나가야 하는데 뒤로 가다 보면 잘 안 맞는다는 얘기다. 해당 내용을 번호만 갖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조정하자는 얘기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문장을 쉽게 쓰고 도표 등을 넣는 것을 포함해 현재 조세법령을 새롭게 만드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소득세법을 시작으로 법인세법ㆍ부가세법 개정안은 올해 중 입법 완료하고 조특법과 상속증여세법ㆍ국제조세법 등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바꿔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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