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메뚜기 떼' 기술로 신기한 자동차 만든다

[리스타트 업 코리아] <2-1> 젊은 경제 만들자<BR>■ 2부: 성장 인프라를 구축하라<br>'잘 나간다' 자만 말고 1등 바통 이어받을 새 주자 키워야




'메뚜기 떼' 기술로 신기한 자동차 만든다
[리스타트 업 코리아] 젊은 경제 만들자■ 2부: 성장 인프라를 구축하라'잘 나간다' 자만 말고 1등 바통 이어받을 새 주자 키워야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전통 주력산업 의존해서는 대내외 환경변화 못따라가우주항공·바이오·신소재 등 유망산업·중기 벤처 선별해 기술개발 지원금 확충 시급

비 온 뒤 땅은 더 굳어진다고 했던가. 한국 산업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더욱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국산 D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8년 50%에 못 미쳤으나 현재는 각각 60%대 중반과 50%대 중반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휴대폰은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 TV도 30%대 초반에서 40%선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면에서 한국 산업계는 '잘 나가던 업종ㆍ제품만 잘 나가더라' '바통을 이을 새 주자가 없다'는 약점을 노출했다. 산업연구원의 과거 분석 자료를 보면 반도체ㆍ자동차ㆍ조선ㆍ철강 등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4년 70.3%에서 2015년에는 74.0%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대내외 경제위기를 반영하더라도 전통적 주력산업에 기댄 한국의 경제구조가 중ㆍ단기간에 바뀌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신성장 품종 가뭄 속에 한국 산업구조가 늙어가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산업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국제시장에서는 한국 주력산업을 뒷받침했던 동북아 3강의 협력적 분업구도가 깨졌다. 한ㆍ중ㆍ일이 각자 기술ㆍ가격 간 비교우위를 가진 제품을 중심으로 서로 삼각무역을 통해 동반성장했던 구조가 무너진 것이다. 국내에서는 인구노령화와 인력수급 미스매칭으로 중소ㆍ중견 기업이 젊은 노동자를 구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생산가능인구의 규모는 2010년의 수준을 100으로 볼 때 2040년에는 80.2까지 줄어들게 된다.

우리 경제가 다시 젊고 싱싱하게 성장하도록 시동을 걸려면 우선 미래를 이끌 유망산업을 선별해야 한다. 아울러 해당 산업 이끌 혁신 중소ㆍ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정부와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꼽는 대한민국의 미래 유망산업 중 공통분모를 ▦로봇기술 ▦의료 및 바이오 장기ㆍ신약 ▦항공ㆍ우주 ▦정보통신기술(ICT) ▦환경기술 및 차세대 에너지 ▦신소재나노 ▦수송탐사 ▦고부가식품 ▦콘텐츠 산업 ▦첨단도시 건설 등 10개 분야다.

아쉽게도 이들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배영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래유망 분야에서 선진국 대비 한국은 기술 경쟁력 57%, 인적자원 경쟁력은 55% 수준"이라며 "특히 친환경 에너지, ICT는 격차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중소ㆍ벤처기업들이 세계 정상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도록 유도하게 급선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체의 기술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74.8%(2011년 기준)에 그치고 있다. 중소기업청의 조사 결과 중소제조업체가 기술을 개발하는 데 겪는 최대 장애요인은 자금부족(응답률 30.0%), 인력확보 곤란(〃 26.1%)으로 꼽혔다. 정부도 중소기업들에 대해 다양한 지원책을 펴고 있지만 이를 활용한 중소제조업체는 5.1%(2011년 기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단순히 자금지원 규모만 늘린다고 중소ㆍ벤처기업이 자금 해갈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책정된 예산이 적기에 적소로 전달되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여러 부처나 산하 기관들이 서로 성격이 비슷한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펴는 경우가 많아 중복예산의 총액은 많아도 산업현장에서는 돈을 지원받는 분야나 기업만 집중적으로 수혜를 받고 소외 받는 곳은 계속 찬바람만 맞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중소기업 지원 사업의 기획ㆍ심사ㆍ확정에서부터 예산의 집행까지 전과정을 총괄하는 창구를 일원화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재정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을 해소해주는 것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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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산업기술인력 부족률(2010년 기준)은 ▦10~29명 근로자를 둔 사업장의 경우 9.88%에 이르며 30~99명 근로자 사업장의 경우도 6.04%에 달한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풀어주기 위해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현상을 해소하는 것은 해묵었지만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근로자 300인 이하 중소기업 근로자 월 평균 임금은 약 260만원으로 월 410만원인 대기업에 크게 못 미쳤다. 여기에 각종 복지혜택까지 감안하면 실질 소득격차는 더 커진다. 만약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이라면 고용 안정성까지도 크게 떨어진다. 2008년 기준 대규모 사업체의 정규직의 평균 근속기간은 12.4년인데 비해 소규모 사업체의 비정규직은 평균 1.7년 근속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용 안정성 제고 ▦복지여건 향상에 초점을 맞춰 정책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중소기업에 재정ㆍ세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의 리스터연금제도처럼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해 급여 수준에 따라 일정 비율의 공적ㆍ사적 연금 보험료를 재정에서 매칭펀드 방식으로 지원해주는 방안은 소득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기초과학 튼튼해야 강국 도약… R&D인재 매년 1만명 육성을유럽의 한 유명 자동차제조사는 메뚜기 떼를 연구하고 있다. 사람 대신 인공지능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아프리카 등에서 메뚜기 떼는 많게는 수억마리씩 군집비행을 하는데 각 개체의 거리가 불과 수㎝인데도 충돌 없이 대오를 유지하며 수백~수천㎞를 난다. 메뚜기의 정교한 군집비행 메커니즘을 인공지능 자동차에 접목하면 교통 밀집구간에서도 충돌사고를 피하는 자동주행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자동차와 곤충학처럼 과거에는 전혀 상업화와 상관 없을 것 같던 분야들이 서로 융합해 영감을 주고 미래의 기술을 여는 시대가 왔다. 이는 기초과학의 바탕이 튼튼해야 가능한 일이다. 우선 생물학에서부터 물리학ㆍ화학ㆍ수학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친 기초 연구결과가 축적돼야 한다. 또한 이들 광범위한 연구실적에서 적절한 기술조합을 찾아 첨단 응용기술ㆍ상품의 개발로 연결시킬 수 있는 '연구개발(R&D) 코디네이터'가 육성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적 산업강국으로 떠올랐지만 기초과학 분야의 바탕은 허술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국제 수학ㆍ물리ㆍ화학ㆍ생물 경시대회에서 1위를 다투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인 한국인 석학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만약 어린 자녀가 수학자와 같은 기초 과학자가 되겠다고 하면 '밥 굶기 십상'이라는 부모의 반대에 부딪힌다. 인재가 모자라니 기초연구는 미흡하고 산업계는 창의적 기술혁신에 더뎌 '선진기업 따라쟁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노동인구 1,000명당 과학기술 분야 박사 인구(2008년 기준)로 계산하면 우리나라는 3.5명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하위권이다. 스위스(22.8명), 독일(12.0명), 스웨덴 (9.9명), 미국(8.6명) 등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를 기준으로 향후 10년간 국내에서는 R&D 분야에서 무려 9만여명의 핵심인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1만명가량의 석ㆍ박사급 인재를 추가로 공급하지 않으면 과학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R&D 인재 10만명을 기르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시스템을 대수술해야 한다. 산업계 전문가들은 또한 정부가 난립한 수백개의 대학이나 프로젝트에 나눠 주기 식으로 한정 정부예산을 집행할 것이 아니라 핵심 연구역량을 갖춘 소수의 특성화 대학 등을 선별해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해외 인재를 과감히 유치하며 정부 재정지원방식을 효율화해야 한다고 산업계 관계자들은 제언했다. 한 대형 전자업체의 한 간부는 "미국과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베를린을 함락시킨 직후 자국으로 데려갈 독일의 핵심 두뇌들의 신병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건 첩보전을 벌였고 그 결과 과학 강국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우리도 세계적 과학자들을 유치하는 데 더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초과학 연구의 중심역할을 할 국가연구기관의 인사ㆍ운영 시스템 혁신도 요구된다. 지금처럼 정권 지형에 따라 단기간에 기관장이 바뀌는 제도 아래에서는 중장기적이고 혁신적인 기초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비판도 학계에서 제기된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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