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키보드 치는 대통령'

한밤중에도 온라인 결재…한달평균 240건<br>윤태영 靑부속실장 밝혀 흡족·질책성 의견동 붙여

‘자-알 보았습니다, 대국민 보고감입니다’(흡족), ‘이 한건의 처리에 대통령의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 것인지를 판단해 주시면 좋겠습니다’(질책).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과 보좌관등 비서실 직원이 올린 보고서를 어떻게 읽고, 어떤 지시를 내릴까. 위의 두 가지가 답이다. 하나는 보고서에 만족했다는 뜻이고 후자는 꾸중과 질책의 사례다. 윤태영 청와대부속실장은 21일 ‘키보드 치는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국정일기’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렸다. 윤 실장의 9번째 국정일기에는 노 대통령의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 ‘e지원(e知園)’을 통한 보고서 결재 스타일이 소상히 적혀 있다. 지난해 11월 e지원을 통한 보고가 시작된 이래 올해 2월 말까지 노 대통령이 처리한 온라인 보고는 총 958건. 한 달 평균 240건인 셈이다. 주목되는 것은 밤이고 새벽이고 노 대통령의 온라인 처리가 계속된다는 점. 시간대별로는 밤 11시가 14%인 135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밤 10시 117건, 밤 9시 72건, 밤 8시 76건이다. 심지어 새벽 6시와 5시에도 문건을 처리한 기록이 있다. 새벽 2~4시대에만 처리기록이 없다. ‘퇴근 후 3시간, 출근 전 2시간’이 대통령의 집중 근무시간. 비서실 직원들은 24시간을 긴장 속에서 보낸다. 보고에 대한 대통령의 의견은 대게 각 수석실과 보좌관실로 내려가지만 말단 행정관에게도 직접 의견을 보내기도 한다. 정책적 지시사항이 대부분이다. 보고서에 대한 대통령의 평가도 지시사항과 함께 내려간다. 만족한 경우 ‘잘 보았습니다’ 정도. 흡족한 보고서에 대해서는 ‘자-알 보았습니다’라는 문구가 붙는다. 간혹 ‘대국민 보고감입니다’라는 메시지는 대만족이라는 표시다. 물론 꾸중과 질책도 있다. 직설적인 질책의 대표적 사례는 ‘정책실장 선에서 적절히 주의바람’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김병준 정책실장은 이런 보고서를 e지원에 공개적으로 돌려 ‘잘못된 보고서’로 반면교사로 삼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회적 질책도 있다. ‘부속실, 취지가 없는 문서까지 올리는 것은 좀 심합니다’든지 ‘다음부터는 취지를 요약할 것’, ‘열람하는 데만 30분’ 등등이다. 윤태영 실장은 글을 통해 “참여정부 들어 달라진 청와대의 문화로 꼽혔던 것 하나가 대통령과 실무자간의 격의 없는 대화였다”면서 “때로는 (대통령의) 오탈자도 그대로 전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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