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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피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의 2일(현지시간) 발언은 지난 2008년 이후 지속돼온 연준의 초저금리 기조가 일대 전환의 기로에 섰다는 신호다. 미국 경제가 탄탄한 회복세를 보이자 연준 역시 기준금리 인상시점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다만 연준은 채권금리 급등 등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제지표나 금융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출구전략 일정표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테이블 위에 오른 출구전략 시기=피셔 부의장은 비둘기파나 매파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도성향의 '선제적 대응론자'로 분류된다. 이번에도 그는 연준이 미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 인플레이션율 상승 이전에 움직여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재닛 옐런 의장과 거의 맞먹는 피셔 부의장의 위상을 감안하면 연준의 초저금리 기조도 변화의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피셔 부의장은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양적완화를 종료한 뒤 '상당기간(Considerable time)' 유지한다"는 포워드가이던스(선제안내)에서 "몇 달 전보다는 상당기간이라는 표현을 삭제할 시기가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플레이션율이 오르기 시작한다는 신호가 나타나면 자연스럽게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기 전에 2008년 이후 유지해온 비정상적인 초저금리 기조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연준 내에서 매파적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미 경제 회복세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내년에 미 경제가 2.5~3.0% 성장할 것"이라며 "이 같은 성장률이 나타나면 연준이 내년에 제로에 가까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5일 발표되는 신규 비농업 부문 일자리 수도 10개월 연속 2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들 연준 인사는 유가하락 요인을 감안할 때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피셔 부의장과 더들리 총재는 전날 "최근 유가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율 하락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며 "가계의 실질소득이 늘면서 성장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스티븐 잉글랜더 수석 통화전략가는 "연준 인사들이 유가하락의 혜택을 언급하는 등 미 경제에 낙관적인 지표를 강조하는 반면 경기하강 우려는 내놓지 않고 있다"며 "연준이 최소한 시장 예상보다 빨리 통화정책 정상화 논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격한 금리인상 가능성도 낮아"=하지만 이날 피셔 부의장은 연준의 금리인상은 정해진 시기가 있는 게 아니라 경제지표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연준이 이달 (16~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갑자기 '상당기간' 표현을 삭제하거나 아무런 가이던스도 남기지 않아 시장을 놀라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통화정책은 특정 시기(date)가 아닌 경제지표(data)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내년 초까지 '상당기간' 문구를 수정하거나 삭제할 가능성이 높지만 경제지표 등을 면밀히 살피면서 기준금리 정상화를 준비할 것이라는 뜻이다. 더들리 총재도 "통화긴축 속도는 경제전망은 물론 금융시장 상황에 달려 있다"며 "금리인상으로 대출금리가 급등한다면 추가 인상속도를 늦추고 반대의 경우에는 금리를 더 공격적으로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7년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연준의 통화정책이 중대 기로에 섰다"며 "연준이 경제지표에 의존할 것이라면서도 기준금리 인상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를 동시에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