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2시(이하 한국시각)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릴 한국과 그리스의 축구 대표팀 평가전은 여러모로 놓칠 수 없는 경기다. 홍명보 감독은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6월 브라질 월드컵에 나설 23명의 최종 엔트리를 확정할 계획이다. 선수들은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한 발이라도 더 뛴다는 각오다. 지난해 11월 두바이에서 치른 러시아와의 평가전 이후 4개월 만에 해외파가 총출동하는 경기이기도 하다. 논란 속에 뽑힌 박주영(29·왓퍼드)과 최고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는 남태희(23·카타르 레퀴야)를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그리스는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2위(한국은 61위)의 강호. 잠그기만 잘하는 재미없는 팀이던 그리스는 '킬러' 콘스탄티노스 미트로글루(풀럼)의 출현으로 다른 팀이 됐다. 미트로글루와 게오르기오스 사마라스(셀틱), 게오르고스 카라구니스(풀럼)가 이끄는 공격진은 유럽에서도 정상급으로 평가받는다.
◇13개월 만의 태극마크 박주영, 골로 말하라=박주영이 그리스전에 투입된다면 지난해 2월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0대4 패) 이후 13개월 만의 A대표팀 경기 출전이다. A대표팀에서 골을 넣은 것은 2011년 11월11일 아랍에미리트와의 월드컵 3차 예선(2대0 승)이 마지막. 2년4개월 만의 골에 도전하는 것이다.
박주영은 선발 원톱으로 나와 좌우 날개인 손흥민(레버쿠젠), 이청용(볼턴)과 호흡을 맞추며 그리스 골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비난을 감수하며 자신을 뽑은 홍 감독에게 골로 보답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 정도로 실전 감각이 올라왔는지는 미지수다. 1월 이적시장 마감 직전에야 아스널에서 잉글랜드 2부리그 왓퍼드로 이적한 박주영은 왓퍼드에서도 아직 벤치 신세이기 때문이다. 7경기 가운데 2경기에 투입됐는데 출전시간은 각각 5분과 60여분이 전부였다. 박주영은 유럽파 선수로는 가장 이른 2일 오전 아테네에 도착해 그리스전을 준비하고 있다.
◇중동파 남태희, 이청용에 위협될까=박주영만큼 주목할 선수가 바로 남태희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주전으로 동메달에 힘을 보탰던 남태희는 그러나 월드컵 대표팀에서는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청용이 사실상 붙박이인 오른쪽 공격수 자리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하지만 남태희가 최근 소속팀에서 보여준 무서운 상승세에 홍 감독도 눈이 번쩍 뜨였다. 프랑스 리그 발랑시엔에서 2011년 12월 카타르 레퀴야로 이적한 남태희는 지난달 카타르 리그에서 6경기 연속 골을 폭발하며 대표팀에 발탁됐다. 공간을 파고드는 위치선정과 드리블, 골 결정력까지 '중동의 호날두'라 불릴 만했다. 남태희가 카타르를 강타한 공격력을 그리스를 상대로도 보여준다면 대표팀 오른쪽 공격수 경쟁은 다시 한번 요동치게 된다. 치열한 포지션 경쟁은 대표팀으로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남태희는 "이청용과 비교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면서도 "최근 체력과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어 골 욕심을 많이 내고 있다. 꿈의 무대인 월드컵에 반드시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아르메니아, 벨기에는 코트디부아르와 모의고사=한국의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상대인 러시아와 벨기에도 평가전을 치른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만날 러시아는 5일 아르메니아와 홈 경기를 치르고 벨기에는 6일 아프리카 강호 코트디부아르와 맞붙는다. 알제리도 6일 슬로베니아와 평가전을 가진다. 러시아의 평가전은 대표팀 전력분석 코치인 안툰 두 샤트니에(네덜란드)가 현장에서 관전할 예정. 지난 1월 홍명보호에 합류한 두 샤트니에 코치는 2008~2011년 위트레흐트(네덜란드) 감독을 거쳐 2012년 러시아 리그 안지 구단에서 코치를 지냈다. 두 샤트니에 코치는 러시아와 벨기에 대표팀 전력을 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와 알제리의 평가전에는 두 샤트니에 코치가 추천한 네덜란드 출신 전력분석원들이 파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