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외국인 사상 최대 배당수익 보고만 있어서야

외국인 투자가들이 지난해 배당금으로만 5조5,000억원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여기다 주식 매매차익은 배당수익을 크게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투자로 벌어들인 돈은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들의 이 같은 고수익은 시사하는 바 크다. 국부유출 등 부작용도 문제지만 국내 주식시장이 외국인투자가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음을 거듭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고수익을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자본시장이 개방되고 정부와 기업들이 외국인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국내외에서 설명회를 갖는 등 적극적인 외자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는 판에 자본의 국적을 따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외자유치를 촉진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애써 벌어들인 돈이 배당을 통해 외국으로 빠져 나가는 등 국부유출은 틀림없는 사실인 만큼 기분 좋은 일일 수는 없다. 고배당의 부작용도 문제다. 전략적 투자자가 아닌 외국자본은 기업의 영속적 성장보다는 단기적인 투자수익을 중시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의 수익범위를 넘어선 무리한 배당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고 기업들은 이에 응하느라 내부 유보금까지 배당으로 돌리기도 한다. 이는 기업의 투자여력 약화로 이어져 지속적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외국인들의 주식보유비중이 41%를 넘겨 국내증시의 주도권을 그들에게 넘겨준 데서 비롯된 것이다. 증시는 외국인 매매 동향에 따라 출렁거리고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우량 기업들은 그들의 눈치를 살피는 실정이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개인투자자들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식을 팔아치우며 시장에 등을 돌린 결과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의 잔치가 되풀이되는 것을 마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기업의 경영성과를 나누어 가지고 주식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기반 확충을 통한 증시체질 강화가 시급하다. 기관투자가들의 보다 적극적인 시장접근과 함께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증시로 돌아오도록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 제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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