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1월18일] <1245> 미셸 슈발리에


‘금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 프랑스 경제학자 미셸 슈발리에(Michel Chevalier)가 1857년 신문에 기고한 시리즈물의 골자다. 책자로도 발간된 그의 경고는 골드러시에서 출발한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초대형 금광이 발견됨에 따라 금의 가치가 떨어지고 결국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과연 그랬을까. 명목 세계총생산에 대한 원시적인 추정치까지 제시해 통계적으로도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슈발리에의 저술에서 제기된 우려는 기우로 드러났다. 세계경제의 성장 덕분이다. 미국의 경우 약 5배나 성장한 19세기 후반의 고속성장이 쏟아지는 금으로 야기된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웠다. 성장에 대한 예측은 빗나갔지만 그는 경제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남겼다. 1806년 프랑스 중부 리모주에서 태어난 그는 에콜 폴리테크닉(국립기술대학)에서 광산학을 전공하고 광산기술자로 일하며 경제학을 공부, 평생 동안 프랑스에서 유일한 경제학 정교수를 지냈던 인물이다. 나폴레옹 3세의 경제고문으로 자유무역주의자였던 그는 무관세를 규정한 영불통상조약 체결(1860년)도 이끌었다. 안데스산맥 횡단철도와 도버해협 터널 구상도 구체화했다. 지도에도 뚜렷한 각인을 새겼다. ‘라틴 아메리카’라는 용어가 그에게서 나왔다. 그는 1836년 북미를 ‘색슨(Saxon) 아메리카’로, 스패니스 아메리카로 불리던 중남미를 ‘라틴 아메리카’로 지칭했다. 프랑스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영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원한 라틴 아메리카라는 이름은 1879년 11월18일 그의 사망(73세) 무렵부터 중남미를 통칭하는 지명으로 굳어졌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그의 우려 역시 맞는지도 모른다. 금(金)을 ‘달러’라는 불태환지폐로 바꾸기만 하면 그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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