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선거를 앞두고 수개월 전부터 선거의 표를 의식한 정치논리가 극성을 부려 선심 정책이 남발되면서 정책일관성이 무너져 경제가 왜곡되고 개혁의지가 후퇴함으로써 후유증을 오래 앓게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한국금융연구원이 계량화해 분석한 「정치적 불안과 경제적 영향」보고서가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이 보고서는 선거 3개월 전부터 주가는 떨어지고 금리와 부도율이 치솟는 등 정치불안이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평상시에도 정쟁이 끊이지 않는 「3류 정치」수준에서는 선거가 임박하면서 폭로와 고발이 더해져서 정치불안이 극에 이르게 된다. 그같은 정치불안 속에서 경제가 안정되고 경쟁력이 향상될 수가 없다.
정치불안이 경제안정을 해치는 경우는 금융위기를 겪은 남미와 아시아 국가들의 경험이 잘 말해준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90년대 이후 선거 한달 전에 금리는 급등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정치불안 정도에 따라 경제불안도 가속되어왔다. 정치적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던 97년11월의 상황이 재현된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2%, 주가 하락률은 33.1%에 이르고 금리는 19.5%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 보고서는 경고했다.
선거 이후의 후유증이 위험성은 더하다. 선거 충격은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흡수되겠지만 경제 취약성은 방치하기 쉬워 추가적으로 작은 충격이 가해지면 금융 외환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외환보유액이 안심할 수 없고 금융이 취약한 데다가 원화가 고평가되고 노사불안이 높아가고 있는 현실 상황을 고려하면 제2의 위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구조조정과 물가·환율·임금 등 정책처방의 기회를 놓치면 경제회복의 뒷심을 받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는 불행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정치권은 선거에만 매달려 민생과 국가경제를 외면하는 일이 없도록 자성해야 한다. 정부도 경제가 선거와 정치불안에 휘둘리지 않도록 기초를 튼튼히 하고 구조조정을 가속해서 금융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논리의 압력에 단호히 「노」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