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4월 12일] 지주회사제도가 가야할 길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수정 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009년 4월에 제출되고 1년이나 논의가 미뤄지다 3월에 논의가 시작돼 드디어 소위에서 통과된 것이다. 정부가 제출한 원안에는 지주회사 부채비율 200% 규제 폐지, 비계열회사에 대한 5% 지분율 규제폐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허용, 증손회사에 대한 지분율 완화, 주요 지주회사 행위규제에 대한 유예기간 연장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수정안에서는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를 허용하되 보험사를 포함한 3개 금융사를 보유한 경우 또는 금융사 자산총액이 20조원 이상인 경우 의무적으로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증손회사 규제완화와 유예기간 연장안은 원안대로 법안소위를 통과했지만 부채비율 규제와 비계열사에 대한 5% 지분율 규제 폐지안은 기각됐다. 소유지배구조 대안중 하나일뿐 주지하다시피 지주회사제도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전체 자회사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국내에서 지주회사제도는 복잡한 소유구조를 단순화한다는 목적으로 뒤늦게 도입됐다. 물론 문제는 많다. 지주회사제도를 정부허가방식으로 운용하는 것도 문제이고 이 제도가 무슨 특혜나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정답인 것처럼 인식하는 것도 문제이다. 지주회사구조는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수많은 대안 중 하나일 뿐인데도 말이다. 또한 최근 지주회사에 대한 논의를 보면 이 제도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매우 애매모호하다. 단적으로 말해 지주회사제도가 대기업 집단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이면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막아야 할 것이다. 반대로 이 구조가 소유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에 기여하는 제도이면 기업들이 빨리 전환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제도를 허용하면서도 전환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관련 규제를 찔끔찔끔 푸는 것을 보면 그쪽으로 가라는 것인지 아니면 가지 말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소유구조가 복잡해 문제가 있다는 삼성그룹의 경우 금융부문은 매우 조심스럽게 경영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파워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융부문이 신중한 행보를 보이면서 자체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잘 이뤄지는 것이다. 일부의 주장대로라면 대기업 집단에 속한 금융기관에 문제가 생겨도 벌써 생겼어야 하는데 거꾸로 대기업 집단에 속했기 때문에 더욱 안정된 행보를 하면서 위기를 잘 헤쳐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지주회사가 아닌 대기업 집단의 기업성과가 매우 좋을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업성과가 나빠지는 기업의 경우 소유지배구조보다는 경영판단과 전략 수립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대부분이라고 볼 때 소유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중간지주만해도 그렇다. 대기업 집단에 속한 금융회사는 개별적으로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을 받으면 되는 것이지 지주회사 밑에 중간지주회사라는 형식적 실체를 둬 묶는다고 감독이 더 잘되는 것이 아니며 지주회사 전환 비용은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차원에서 여당과 경제계가 이 부분에 대해 합의한 만큼 금번 수정안에는 비판론자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수정안 국회 즉시 통과 기대 최근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 우리가 새삼 주목하는 것은 소유지배 괴리도가 높다느니 지배구조가 안 좋다느니 하며 비판의 대상이 됐던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하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오히려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보면 소유지배구조에 대해 함부로 정답을 제시할 수 없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되며 궁극적으로는 기업 스스로가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구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향후 지주회사에 대한 중장기적인 개선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하되 이번에 규제완화 차원과 합의존중 차원에서 어렵게 마련된 수정안이 즉시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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