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도유예 협약의 부도?(사설)

정부가 지난 4월에 도입한 「부도유예협약」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협약이 목표했던 효과보다 되레 금융질서를 왜곡시키고 기업의 자구와 구조조정을 해이케 하는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기아그룹에 대한 적용시한을 끝으로 폐지하겠다는 것이다.금융기관의 자율형식으로 급조된 부도유예협약은 출발부터 논란을 빚어왔다. 대기업의 잇따른 부도로 위기의식을 느낀 정부가 일시적 자금난으로 부도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 2개월동안 자구노력을 통해 회생을 돕자는 목적으로 이 협약을 도입했다. 그러나 애매한 적용기준, 중소기업 배제, 시장논리 위배, 관치금융의 부활 등 문제점이 계속 제기되었다. 정부는 끝내 정책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실패의 큰 원인은 금융권간의 불신과 제도 운영의 파행에 있다. 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제2금융권이 대출을 무차별 회수함으로써 기업부도를 오히려 부추긴 것이다. 금융기관이 정부의 눈치를 살피며 신속히 판단하고 적기에 지원하지 못해 당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따라서 부도유예협약이 부도촉진협약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그 결과 금융시장이 혼란, 자금흐름이 꼬이고 부도는 급증했다. 협약적용기업에 거액의 자금이 물린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대외신인도가 추락, 해외차입이 어려워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끝내는 금융시장을 진정시키고 대외신인도를 회복시키려는 대책을 내놓았으나 약효가 거꾸로 나타났다. 협약을 폐지하겠다는 정부의 속셈에는 기아를 압박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협약 때문에 구조조정 노력을 게을리 한다거나 기아에 대한 유예기간의 연장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대목에서 폐지 검토배경을 알 수 있다. 정책실패를 자인해서이거나 기아를 압박하기 위한 궁여지책이건 간에 협약의 폐지는 정책의 일관성을 또 한번 훼손하는 것으로 정부 신뢰를 떨어뜨릴게 분명하다. 폐지보다는 보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 경제 실정은 방관할 수없는 상황이다. 대외신인도가 떨어져 해외차입이 쉽지 않은데다 유동성이 급격히 떨어져 부도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금융기능이 정상화 될때까지 한시적으로 이 제도를 보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와 동시에 기아사태의 해법도 조속히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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