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푸틴 대통령과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에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 및 외교정책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강하게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러시아 영해를 활용한 북극항로 개척 ▦나진~하산 철도 및 시베리아횡단철도(TSR)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 체결 ▦6개월 이내 단기 무비자 협정 체결 ▦국내 조선 대기업의 러시아 사업확대 ▦가스관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 착수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된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에 대해 “올해 들어 박 대통령은 5차례 순방 및 5회에 걸친 방한 정상과의 회담을 통해 활발한 외교를 펼치고 있다”면서 “이번 회담에서는 그동안 양국관계를 평가하고 향후 5년간 양국 간 발전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러시아 영해를 활용해 북극항로를 개척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부 관계자는 “북극은 남극과 달리 연안국의 배타적 권리가 인정되고 공해가 전체 면적의 20%에 불과해 북극 활용은 연안국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북극항로 운항시 러시아 영해와 대륙붕을 이용하게 되면 운송거리와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경제적인 효과와 함께 러시아를 활용한 대북 경협 개선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북극항로 운항에 필요한 러시아 쇄빙선을 이용하고 장기적으로 러시아에서 자체적으로 쇄빙선을 건조할 수 있는 방안도 협상하기로 했다.
양국 간 기업활동을 촉진하고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내년 1월부터 60일 동안 비자 없이 양국을 상호 방문할 수 있는 ‘단기 무비자 입국’ 협정도 체결된다. 무비자 협약식에는 박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게 되는데 양국 경협에서 그만큼 상징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반인에 대한 사증면제 협약이 맺어지고 공동성명에도 고스란히 포함될 것”이라며 “관광 및 의료, 무역 등 양국 간 경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극동과 시베리아에서는 모스크바보다 의료 수준이 훨씬 높고 비용이 저렴한 한국을 선호하고 있어 의료 관광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찾는 러시아 관광객은 매년 5~7%씩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의 경우 15만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사회간접자본(SOC) 및 인프라 분야에서는 철도와 가스관 연결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철도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고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활용해 유럽까지 철도망을 이용하는 방안에 대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에 대한 정부 투자를 금지하고 있는 5ㆍ24조치 때문에 포스코ㆍ현대상선 등 기업이 지분투자를 하거나 업무제휴를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다만 가스관 연결사업의 경우 북한 영해를 활용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공해를 이용하는 방안에 대해 타당성 검토를 하기로 합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정상이 13일 회담에서 보일 ‘협상 스타일’도 관전 포인트다. 푸틴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때 약속한 경협 내용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강하게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9월 정상회담 때 푸틴 대통령이 보인 속마음이라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반면 박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발언권을 우선 부여해 설명을 끝까지 경청한 뒤 푸틴 대통령에게 우리 정부의 실행의지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이 결과물 창출을 위해 강하게 밀어붙이는 ‘불도저형’이라면 박 대통령은 현실여건과 실행 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최고경영자(CEO)형’ 스타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1기 집권 이듬해인 2001년 2월과 2기 집권기인 2005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바 있으며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