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원화 강세는 지속된다

원화 환율이 새해 경기회복 전망의 실현 여부를 가늠하는 첫번째 시금석으로 등장했다. 올해 들어 열흘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무려 30원 정도나 하락한 것이다. 각 기관들이 대개 달러당 1,000원대의 원화 환율을 기준으로 2006년 국내 경제의 호조세를 예상한 점을 감안하면 새해 벽두부터 경기회복 전망의 기본 토대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과도한 환율 절상은 수출 경쟁력과 기업 채산성에 부담을 줘 고용불안과 성장률 둔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원화 환율이 다시금 1,000원대로 회복되는 양상을 보일지는 모르나 안타깝게도 강세 현상은 기조적인 추세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국내 외환시장의 수급 구조상 달러 공급 우위 여건이 구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국내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국내 증시로 외국인 투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원화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올해에는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우세해 원화 환율의 빠른 하락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를 비롯한 각 전망기관들의 본격적인 주가 상승과 경기회복 전망은 원화 환율의 추가 절상에 대한 기대심리를 높여 원화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외적으로도 원화 절상 요인이 절하 요인보다 큰 것으로 평가된다. 먼저 그동안 달러화 강세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던 미국과 다른 국가들과의 금리 차가 예년에 비해 축소될 전망이다. 미연준의 최근 의사록을 검토해보면 미국의 금리인상 정책이 앞으로 종결될 것으로 추론되는 반면 일본이나 유럽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은 올해 경기호전 등으로 금리상승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여기에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갈수록 누적되고 있는 점도 강달러 현상을 약화시키는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미국의 2006년 경상수지 적자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적정 수준으로 평가되는 5%보다 무려 2%포인트나 높은 7%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인 중국과 미국의 통상마찰 과정에서 중국 위안화가 더 큰 폭으로 절상되고, 세계 제2의 외환보유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외환보유 통화의 다변화를 위해 달러화 자산을 내다팔 경우 달러화 가치는 더욱 떨어질 것이다. 시장의 수급원리에 의해 원화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것은 그 누구도 막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환율의 지나친 급등락으로 국내 경제의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것은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환율 절상으로 성장 활력이 약화되는 것도 최선을 다해 방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외환제도의 선진화를 통해 경제규모에 걸맞게 시장규모를 키우는 것이 급선무이다. 한국의 일평균 외환거래액은 200억달러 내외로 세계 일평균 거래액의 0.8%에 불과하며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홍콩이나 싱카포르의 5분의1∼6분의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GDP의 3%, 무역규모의 5% 수준인데 선진국들의 경우는 대개 동일 기준으로 10%와 20% 내외를 차지한다. 환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중소기업의 피해를 막는 대책도 중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차원에서 공동으로 환위험 관리를 하는 방안과 중소기업들을 한데 모아 환위험 관리를 대행해주는 제도도 강구해봄 직하다. 또 원화 절상에 대한 지나친 염려보다는 투자 활성화 같은 환율 하락의 긍정적 효과를 최대한 활용해 성장 활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정부나 기업의 생산적인 위기관리 자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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