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측은 "보유자산을 빨리 매각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기업을 정상화하기 위함"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멀쩡한 기업까지 극약처방에 포함한 이유로는 군색하다. 주식거래가 정지되고 회사채까지 날벼락을 맞는 판에 투자자 보호를 내세운 데 이르러서는 기가 막힐 따름이다. 나흘 전 "고객과 투자자에 대한 큰 책임을 통감한다"는 현 회장의 사과가 공허할 뿐이다.
부채율 200%도 안 되는 두 계열사를 법정관리로 몰고 간 데 시장이 의혹의 눈길을 주는 건 당연하다. 현행 통합도산법은 관리인유지(DIP) 제도를 둬 중대한 결함이 없으면 원래 경영인을 그대로 관리인으로 선임한다. 금융권 대출과 회사채ㆍ기업어음(CP) 등 채무도 탕감 받을 수 있다. 기업을 사지로 몰아넣고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혔음에도 빚은 없애고 경영권은 보장하니 대주주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지난해 웅진사태가 터졌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윤석금 웅진 회장이 경영권 유지를 위해 웅진과 극동건설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DIP제도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올 7월에는 관리인 선정을 엄격히 하고 법원이 특별 감독하는 통합도산법 개정안이 국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아직 상정도 못한 채 책상서랍 속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동양그룹 계열사의 법정관리 개시와 기존 경영인의 관리인 선임 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하지만 최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일은 국회가 할 수 있다. 정치권은 하루 빨리 통합도산법 개정안을 처리해 경영권 도피행각을 막고 선량한 투자자들이 더 이상 피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