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환시장 개입여부 놓고 고심/대미 환율 급등세… 정책방향은

◎당국 “섣불리 개입땐 오히려 왜곡”/불안감해소·환율현실화가 최선책「환율정책 어떻게 해야 하나.」 원화의 대미달러화 환율이 지난 14일 시장평균환율 기준으로 8백79원을 기록해 달러당 8백80원선에 바짝 다가섬으로써 지난 86년 9월이후 10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구나 이는 지난해말의 달러당 8백44원20전에 비해 4%나 절하된 것이고 지난 10일 이후 5영업일만에 달러당 10원이나 오르는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해 한해동안 원화의 절하율이 8.2%였음을 감안하면 최근의 환율오름세는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환율정책을 놓고 외환당국이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환율이 절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보유 달러화를 내다 팔아야 하나 외환보유액이 2백98억달러선에 그쳐 IMF(국제통화기금)가 권고하는 적정 수준(3개월평균수입금액으로 우리의 경우 약 3백70억달러선)을 크게 하회, 환율급등을 막기위한 시장개입도 여의치 않다. 그런가 하면 무역업계에서는 여전히 원화가 고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원화의 절하(달러환율의 상승)가 더 이뤄져야만 엔화의 절하에 대비한 수출 경쟁력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적지않다. 환투기적 요소는 막되 환율을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환율 왜 오르나=환율이 오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외환시장에 달러화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적자는 2백37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자본수지는 1백80억달러 흑자를 낸데 그쳐 종합수지가 5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총체적으로 들어온 달러화보다 나간 달러화가 많다는 얘기다. 올들어 1월중에도 경상수지는 31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반면 자본수지는 12억달러 흑자에 불과해 종합수지 적자는 19억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수지로 볼 때 외환시장에 달러화 공급이 달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여기에 국제외환시장에서의 달러화 강세행진도 국내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지난해 한해동안 10.7%나 절상됐고 올들어서도 6% 가까이 추가로 절상됐다. 주요국 통화에 대해 달러화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국내외환시장에서도 달러화에 대한 수요증가로 작용하면서 원화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일부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투기적인 수요도 환율상승을 부채질했다. 기업들은 원달러화 환율의 추가상승을 예상,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화를 시장에서 원화로 바꾸지 않고 거주자 외화예금에 넣어놓고 추가로 환율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지난해말 14억9천만달러에서 1월말에는 29억6천만달러, 그리고 2월말에는 43억7천만달러로 급증했다. 국내에 유입된 달러화가 시장에 공급되지 못하고 예금으로 묶여 달러화공급부족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외환정책 방향=외환당국은 그동안 환율의 가파른 상승을 막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왔다. 지난달에 처음으로 선물환시장에 개입한데 이어 지난달 18일에는 외환시장이 지나치게 투기화됐다고 판단, 대규모 시장개입을 통해 환율안정의지를 강력하게 천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시도는 외환시장에서 환율의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불식시키는데 실패하고 외환보유액만 크게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달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0개월만에 처음으로 3백억달러를 하회, 2백98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은 환율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재경원이 은행의 중장기 해외차입을 자유화하고 기업의 해외주식연계증권 발행한도를 폐지한 것은 외환당국의 시장개입만으로는 환율급등을 막기 어렵다는 현실인식에 따른 것이다. 당국이 보유한 달러화를 시장에 방출하는 것으로는 외환시장의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고 따라서 외자유입을 촉진함으로써 달러화 공급을 늘려 원화절하압력을 해소해보자는 시도로 평가된다. 한마디로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부족한 달러화를 자본수지의 흑자폭 확대로 보전하는 방법을 강구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외자도입 촉진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보사태이후 국내 은행들의 대외신인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해외차입 자체가 쉽지 않을 전망이고 기업들의 해외주식연계증권 발행도 국내 기업들이 수출부진과 국내 경기침체로 당분간 내재가치가 크게 호전되기 힘들 전망이어서 해외투자가들이 한국물에 대해 크게 메리트를 느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향후전망=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당국의 입장에서 환율정책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이해한다』며 『그렇지만 현재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선의 선택은 어떤 방향으로든 정책방향을 분명히, 그리고 투명하게 밝힘으로써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심리를 해소시키는 것외에는 딱히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투기적 양상에 따른 환율상승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나 통산부를 중심으로 시장수급상황에 맡겨야한다는 원론적입장이 강하다. 계속 확대되는 무역수지적자를 감안 할때 환율절하 이외에 뚜렷한 수단을 찾을수 없기때문이다. 물론 환율상승이 당장 무역수지개선의 효과를 나타내지는 못하지만 원화가 실질적으로 4∼5%정도 여전히 고평가되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않기때문이다. 환율을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환율상승으로 여행분야등에서는 수지개선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해외여행자수가 환율부담으로 줄어든다는 게 여행업계의 설명이다. 일부 외환전문가들과 당국의 일각에서는 이미 우리 경제상황이나 국제수지, 외환보유고등을 감안할때 달러당 1천원 육박은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적지않다.따라서 이같은 상황을 왜곡시키는 환율개입정책보다는 빨리 우리 경제상황을 반영시키는 환율의 현실화가 중요하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같은 환율의 급격한 상승에 따라 우리 외채의 60%선에 달하는 단기외채에 대한 원리금상환의 부담증가와 환리스크를 우려하는 단기성자금들의 대량유출이 가져올 파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 환율상승의 현실화가 경상적자의 개선으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할 때의 정치 경제적 부담 역시 당국의 고민이다.<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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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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